올해 청량음료시장은 과거 어느때보다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코카콜라의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다.

전세계 1위의 매출에 막강한 마케팅력을 갖춘 코카콜라가 국내직판체제를
구축, 시장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많은 변화가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다.

중견급 음료회사인 제일제당 LG생활건강 비락 동원산업 등도 전략상품
시판을 통해 올여름철에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밖에 제약회사의 잇따른 음료사업진출 선언도 하드웨어적 변수다.

오는 7월의 오렌지주스 시장 완전개방도 당장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음료시장의 판도를 흔들어 놓을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큰 덩치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면서 시장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소.군소음료업체의 붕괴와 이탈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날씨를 제외하고는 불경기와
선거가 변수이다.

청량음료는 경기에 민감하다.

계속되는 불경기는 적어도 성수기인 여름철까지 매출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반대로 올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는 호재다.

아무리 돈안드는 선거가 될지라도 사람이 모이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청량음료이기 때문이다.

과거 선거때에도 언제나 음료특수가 있었다.

이밖에 다양해져가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갈수록 짧아지는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추세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측면에서의 고정변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같은 변수들을 감안해 볼 때 올해 청량음료의 매출은 모두 2조5천억원
규모로 지난해의 2조3천8백원대보다 5%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음료시장에 작용할 주요 변수를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 코카콜라의 직판체제구축 ]

코카콜라는 부산.경남지역의 판매권을 갖고 있는 우성식품과 호남지역의
판매권을 갖고 있는 호남식품을 모두 사들였다.

이로써 남부지역의 코카콜라 직판체계가 완료됐다.

현재 충청과 대구.경북지역의 판매권을 갖고 있는 범양식품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인수과정이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범양이 우성과 호남과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더구나 서울 수도권 강원지역의 판매권을 갖고 있는 두산음료도 멀지않아
코카콜라의 직판체제에 편입될 것이라는 분석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코카콜라 국내직판이 본격화될 경우 몇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코카콜라는 우선 그동안 부진했던 제품다양화에 힘쓸 것이다.

콜라외에는 이렇다할만한 히트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제품 다양화의 첫번째 대상은 사이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코카콜라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많이 팔리는 "스프라이트"가 국내에서는
맥을 못추는 현상을 타파하기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롯데칠성과 해태음료가 양분하고 있는 주스시장에도 코카콜라가
뛰어들어 3파전이 벌어진다는 구도는 쉽게 그려지는 그림이다.


[ 중견음료업체의 도약 ]

음료시장점유율확대를 노리는 중견음료회사들의 움직임은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다.

의지와 활력이 넘친다.

그만큼 그 회사들의 내부사정이 절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롯데칠성 해태음료 코카콜라 등 이른바 음료 빅3외에 주목받는 음료
중견업체는 제일제당 비락 동원산업 LG생활건강 일화 웅진 매일유업
웅진식품 등이 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을 전문적으로 해오던 고제가 직접 생산을
통해 판매를 선언한 것도 눈에 띈다.

제일제당은 스포츠음료인 "케토레이"가 주종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종 기능성 음료를 활발히 개발,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또 이색적인 커피소다인 "볼카"도 내놓고 탄산음료 공략을 선포했다.

LG생활건강과 동원산업은 각각 "마이빈"과 "해조미인"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이들 품목이 품질자체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 제약업체들의 사업진출 ]

제약업체는 의약품 개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능성 음료의 개발이
용이하다.

또 음료는 의약품보다는 안전하고 손쉽게 외형을 올릴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너도나도 음료사업부를 설치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제약업체 내부의 불황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약품 현대약품 등은 섬유질 음료로 이미 자리를 굳혔다.

이밖에 대표적인 회사로 "에너비트"의 대웅제약, "미스틱"의 한미약품,
"광동식혜"의 광동제약 등을 들 수 있다.

일동제약 유한양행 일양약품 등도 음료시장을 노리고 있다.

앞으로도 제약회사들은 섬유질 알로에 스쿠알렌 등을 이용한 기능성
음료의 개발이 활발할 것으로 보이며 유통망 강화도 예상된다.

먹는 샘물업체의 움직임도 청량음료시장에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 범주의 음료에 포함되는 먹는 샘물은 지난해 5월 정부가 시판을 공식
허용한 이후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청량음료가 정체 내지는 겨우 한자릿수의 성장을 할 때에도 먹는 샘물은
20%이상의 고성장을 해왔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진로 풀무원 제일제당이 전체 시장의 60%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이들 3사와 충분히 경쟁하고도 남을 회사들이 먹는 샘물시장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태음료가 "해태샘물"로 시장에 진입, 올해 본격적인 시장확대를
노리고 있다.

롯데칠성은 올 2월 "아이시스"의 브랜드로 먹는 샘물경쟁에 뛰어들었다.

조선맥주는 "퓨리스"라는 이름으로 신제품을 내놓았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