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 현황과 전망"(김종길외 민음사)중 "한국문학의
세계화 현실"(김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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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 추진되어 온 한국문학 해외소개는 공보다 과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무분별한 번역 작품 선정이나 부적절한 번역출판은 외국 독자들
에게 한국문학의 첫인상을 흐려놓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까지 한국문학의 해외소개를 시험적인 첫단계였다고 본다면, 지금은
본격적인 제2단계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우리의 젊은 성악가나 기악가가 유명 콘테스트에서
입상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우리의 전통과 외래 사조와의 갈등가운데서 새로운 융합과 해결을 찾는
우리의 고뇌와 예지가 탁월하게 표현되고 변역되어 세계, 특히 서구의
주목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작가가 노력해야 하고 천재적이고 헌신적인
번역자가 나와야 하고 세계 문단의 주목을 끌어야 합니다.

노벨문학상은 그러한 우리의 중후한 노력과 고뇌에 대한 응분의 보상이요,
위안일 뿐 우리가 갈망하는 최고의 영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