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5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북경방문을 계기로 양국간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구축에 합의하고 러시아에 이어 프랑스를 미국견제의
한 축으로 끌어들였다.

장쩌민(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은 이날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14년만에
처음으로 북경에 도착한 시라크 대통령과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17억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계약을 포함한 14개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간
경제협력확대 및 우호증진의 새 장을 열었다.

탕궈창(당국강) 외교부대변인은 장쩌민 주석이 45분간의 회담에서 시라크
대통령에게 양국관계에 걸림돌이 돼온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및 중국의
인권상황 비난 등의 문제에 대해 프랑스측이 "현명한 결정"을 해준데 대해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탕 대변인은 또 양국 지도자가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키로 합의
했다고 밝히고 프랑스는 중국이 이같은 관계를 구축할 만한 유일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쩌민 주석과 시라크 대통령이 16일중에 발표할 양국 관계 및 국제
문제에 관한 공동성명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양측이 "국제
문제를 독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하고 있으며 다극화 세계"를
구축키로 합의했다고 말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달에도 미국을 겨냥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비슷한 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중국은 90년대 초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로 프랑스와 극도로 악화된
관계를 유지했으나 최근들어 관계가 개선되면서 프랑스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은 물론 인권 및 무역문제에 관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비난을 무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강력하고 의지할 만한
동반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탕 대변인은 회담에서 중국의 인권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으며 반체제 인사에
대한 석방요구도 없었다고 밝혔으나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대통령 대변인은
두 지도자가 인권문제를 논의했으며 공동성명에서 이를 언급할 것이라고
상반되게 전했다.

탕 대변인은 프랑스가 유엔 인권위원회의 대중국 비난결의안에 동참하지
않은데 대한 대가로 에어버스 항공기 수출계약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묻자
"그 계약을 비롯한 다른 모든 협정들은 중국과 프랑스가 정치적 우호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럽의회 일부 의원들은 시라크 대통령이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중국의 인권남용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