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을 한다는게 생각보다 훨씬 힘들더군요.

6개월간 준비해 첫 쇼를 치르고 보니 자랑스럽고 홀가분하지만 반면
평가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라면 반드시 정규컬렉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앞으로도 중단없이 해나가겠습니다"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에 가장 최근 가입한 디자이너 손정완
((주)손정완 대표디자이너.39)씨.

그에게는 첫컬렉션인 97년 추동 SFAA쇼(7~9일)를 마친 손씨는 "이제야
진짜 디자이너가 됐다"는 뿌듯함과 시험대에 서는 긴장감을 함께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고급 여성정장의 선두대열에 선지 오래인 그는 "신참회원으로 평가대상이
되는 일이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가질 법도 했던 것.

그러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막는 데는 컬렉션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그가 패션디자인을 시작한 것은 지난 84년.

대학(숙명여대 산업공예과)때부터 의상에 관심을 가진 그는 졸업하면서
국제복장학원에 들어갔고 이곳을 마치고 여성복업체 "뼝뼝"에 입사했다.

전형적인 숙녀복브랜드에서 아방가르드한 옷을 만든 당연한 결과로
"안팔리는 디자이너"(본인의 표현)가 된 손씨는 2년만에 독립을 감행했다.

판매에 대한 스트레스없이 좋아하는 옷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때문에 86년
압구정동에 매장을 냈고 그 옷이 인기를 얻어 87년에는 당시 한양쇼핑(현
갤러리아백화점)에 입점하게 됐다.

패션계에 잘 알려진 "자매기업"의 틀을 닦은 것은 89년.

외국 컴퓨터회사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던 동생 순혜(현 사장)씨와
의상디자인을 공부한 막내 은희(디자인실장)씨를 불러 3자매가 똘똘 뭉치자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할 수 있게 됐다.

96년 (주)손정완은 매장 18곳에서 1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안정기에 접어들자 스스로 해이해지는 것을 경계하게 되는 시점이 찾아
왔고 이 때문에 97년 봄 서브브랜드 "ZD(Zero Defect) 99.99"를 런칭했다.

거친 느낌의 캐주얼인 이 브랜드는 그에게 "고정관념에 빠지는 걸 막아
주는 방패"인 셈.

SFAA가입을 통해 제2의 출발을 맞은 그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노력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