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금리인하 최선의 방안은' .. 토론내용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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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금리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달 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장이 통화량을 늘려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에
비해서도 과도하게 높은 국내 금리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한국은행과 재정경제원등 정책당국은 통화량증가는 곧바로
물가로 이어져 금리인하효과가 거의없는데다 현재의 고금리는 금융구조상의
왜곡에 의한 것인 만큼 금융시스템의 개혁없이는 실질적인 금리인하를
유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장 지나치게 높은 금리수준이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의 획기적인 금융비용 절감없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게 사실상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각계 전문가를 초청, 금리인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 앞서 주제발표를 한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금융자원
배분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또 기업들이 자유롭게 해외자본을 도입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신영섭 본사 논설위원의 사회로 좌승희 원장, 박원암
홍익대교수, 유윤하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 나완배 LG정유
상무이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 편집자 >
=====================================================================
<> 사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통화량을 늘릴 것을 주장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상업차관 해외증권발행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풀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는 98년 전면적인 자본시장개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 먼저 좌승희 원장님께서
개괄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 좌승희 원장 =우리나라의 높은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금융자원
배분에 시장원리가 철저히 도입돼야 합니다.
지금 통화논쟁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시점이 아닙니다.
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산업내 경쟁이
촉진되고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해외자금조달을 허용해 금융의 가용성을 높이고 환율도 시장에서
자동조정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의 원활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상업어음을 재할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함께 환율변동폭도 더 확대해야 합니다.
개방경제하에서 국내금리와 국제금리를 균등화시켜주는 조정인자는
환율이기 때문입니다.
<> 박원암 교수 =금융시장의 효율성 제고차원에서 정부는 80년대들어
금융자율화를 추진해왔으나 아직도 뚜렷한 진전이 없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으로 시장개방속도를 더욱 가속화시켜야
할 입장입니다.
해외자본 유출입이 시장에서 자동조정되기 위해서는 금리나 환율의
조정기능이 확보돼야 하지만 아직 금리나 환율이 시장기능을 갖지못하고
있습니다.
환율의 변동폭이 확대돼 자동조정기능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 나완배 상무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 우선 자원이 배분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
신용에 따라 대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업의 경제성과 사업주체에
대한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신용평가기관의 신뢰도는
극히 나쁜 상태이고 은행들도 신용평가능력이 부재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금융자원 배분의 하부구조가 효과적으로 정비돼야 합니다.
신용도에 따라 자원배분이 이루어지면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금리를 부과할
수 있는등 시장기능을 살릴 수 있을 겁니다.
<> 유윤하 연구위원 =자원배분이 시장가격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즉 금리나 환율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의사결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시장기능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다보니
금융시장이 왜곡됐습니다.
<> 좌 원장 =한보사태가 왜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율화가 되지못하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결국 산업패턴이 바뀌어야 금융자율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한보철강을 국책사업으로 지원하다보니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규모의
대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산업정책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바뀌지 않으면 금융산업의 발전은 요원한
일입니다.
<> 사회 =정부의 관치금융은 핵심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고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요사이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입과 현대 제철사업진출을 두고
정부의 애매한 태도로 상당한 사회적 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 유 연구위원 =이제는 국책사업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합니다.
가장 필요한 사업은 가장 수익성있는 사업이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정부가 굳이 국책사업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기업들 스스로가
참여할 것입니다.
따라서 일부 공공재를 제외하고는 기업이 사업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나 상무 =기업의 기채발행이 아직도 정부에 의해 선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선택도 기업의 판단에 맡겨야 하고 기업의 해외자금조달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대기업에는 해외자본조달 한도를 풀어주고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자금조달이
어려우므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만기 10년이상인 장기채를 손쉽게 발행할 수 있는 여건도 정비돼야
합니다.
<> 좌 원장 =기업이 해외에서 기채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해외투자자에게 수익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봐야
하므로 특혜로 오인해서는 안됩니다.
<> 유 연구위원 =해외자금조달을 완전히 풀어줄 경우 국가경제
전체입장에서는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외자금 유입은 곧바로 국내통화 팽창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자기책임하에 돈을 빌려오라는 것은 국내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적정수준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자유화로 금리가 낮아지려면 궁극적으로 외국에서 자본재를 사들여
자본축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돈만 들여온다고 해서 금리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경상수지적자는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박 교수 =외국의 값싼 자본을 들여올 경우 금리가 낮아진다면 모든
나라가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본자유화를 하자는 것은 해외자본이 생산적인 부분에
배분되고 자본축적이 이뤄지면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때문입니다.
금융자원뿐 아니라 실물자원도 시장원리를 따라야 합니다.
특정산업이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논리는 타당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하다보니 계속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이유야 어떻든 지금은 금리를 낮춰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본시장개방에 앞서 대내외금리차를 낮추지 못하면 자본시장을 개방해도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입니다.
<> 사회 =실제 은행에 돈이 없어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 나 상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사업성과 기업신용도에 따라
누구나 해외차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벤처기업등은 신용도에
따른 차입이 손쉬울 것입니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부실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또 해외자본도입시 환율도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도입자본의 금리가 낮다고는 하지만 환율때문에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좌 원장 =정부가 자본의 유입량을 조절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가격자율화만 해결되면 자금의 유입량은 저절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해외자본을 조달하려는 기업은 해외조달금리 환리스크 등을 모두 고려할
것입니다.
지금은 가격기능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부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회 =금융부문뿐만 아니라 실물부문의 하부구조 개선도 시급합니다.
실물부문이 살아나야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수년내에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중 하나가 망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아직도 설비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수년전 정유회사들의 설비투자 경쟁이 벌어지면서 회사채가 20%까지
뛰어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과잉투자나 중복투자에 대해 정부개입 논리가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 박 교수 =과잉투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투명한 원칙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 투자억제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설득해야 할 것이고 기본적으로는
기업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해도 한번쯤은 과잉투자로 도산하는 기업이
생겨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무모한 투자를 자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되면 금융기관들의 자금운용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 좌 원장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한 것은 자동차산업을 세계
일류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정부가 보호해 줄 것이라는 인식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복투자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에 대해 한번쯤은
도산하도록 내버려 둬야 할 것입니다.
<> 사회 =금융부문과 실물부문등 우리경제 전반에 걸쳐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벤처기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미국과 같이 성공할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모든 시장이 개방돼 있어 우수한 해외인력 채용도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경제의 시장왜곡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박 교수 =정경유착을 끊고 경쟁에 탈락한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사라져야 합니다.
금융개혁위원회의 방안이 제시되면 일단 이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앙은행도 현재 사실상 직접규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재할인정책
지급준비정책 공개시장조작정책등 간접규제를 올바르게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 나 상무 =기업은 현재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OECD가입으로 기업의 보호장막이 완전히 걷혔습니다.
또 주도산업이 신기술.통신산업으로 바뀌는등 부침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자금흐름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각종 혁신활동을
내부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위험과 감당능력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신용도에 따른 자원배분이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또 은행등 금융기관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유 연구위원 =금융산업의 각종 규제는 약자를 돕기 위한 것인데
시장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은 정부재정에서 대출해주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경제의 각종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과잉투자나 중복투자문제는 직접 책임이 있는 기업이 판단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 좌 원장 =외국의 개방압력에 밀려 시장을 열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기업의 판단에 따라 해외자금조달도 할 수 있도록 하는등
정부정책이 시장기능과 민간자율에 따라 움직이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사회 =공자는 나라가 잘되려면 임금은 임금노릇을 잘하고 신하는
신하노릇을 잘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국민 각자가 자기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나가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각종 문제들도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
지난달 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장이 통화량을 늘려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에
비해서도 과도하게 높은 국내 금리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한국은행과 재정경제원등 정책당국은 통화량증가는 곧바로
물가로 이어져 금리인하효과가 거의없는데다 현재의 고금리는 금융구조상의
왜곡에 의한 것인 만큼 금융시스템의 개혁없이는 실질적인 금리인하를
유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장 지나치게 높은 금리수준이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의 획기적인 금융비용 절감없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게 사실상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각계 전문가를 초청, 금리인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 앞서 주제발표를 한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금융자원
배분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또 기업들이 자유롭게 해외자본을 도입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신영섭 본사 논설위원의 사회로 좌승희 원장, 박원암
홍익대교수, 유윤하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 나완배 LG정유
상무이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 편집자 >
=====================================================================
<> 사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통화량을 늘릴 것을 주장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상업차관 해외증권발행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풀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는 98년 전면적인 자본시장개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 먼저 좌승희 원장님께서
개괄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 좌승희 원장 =우리나라의 높은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금융자원
배분에 시장원리가 철저히 도입돼야 합니다.
지금 통화논쟁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시점이 아닙니다.
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산업내 경쟁이
촉진되고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해외자금조달을 허용해 금융의 가용성을 높이고 환율도 시장에서
자동조정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의 원활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상업어음을 재할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함께 환율변동폭도 더 확대해야 합니다.
개방경제하에서 국내금리와 국제금리를 균등화시켜주는 조정인자는
환율이기 때문입니다.
<> 박원암 교수 =금융시장의 효율성 제고차원에서 정부는 80년대들어
금융자율화를 추진해왔으나 아직도 뚜렷한 진전이 없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으로 시장개방속도를 더욱 가속화시켜야
할 입장입니다.
해외자본 유출입이 시장에서 자동조정되기 위해서는 금리나 환율의
조정기능이 확보돼야 하지만 아직 금리나 환율이 시장기능을 갖지못하고
있습니다.
환율의 변동폭이 확대돼 자동조정기능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 나완배 상무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 우선 자원이 배분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
신용에 따라 대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업의 경제성과 사업주체에
대한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신용평가기관의 신뢰도는
극히 나쁜 상태이고 은행들도 신용평가능력이 부재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금융자원 배분의 하부구조가 효과적으로 정비돼야 합니다.
신용도에 따라 자원배분이 이루어지면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금리를 부과할
수 있는등 시장기능을 살릴 수 있을 겁니다.
<> 유윤하 연구위원 =자원배분이 시장가격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즉 금리나 환율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의사결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시장기능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다보니
금융시장이 왜곡됐습니다.
<> 좌 원장 =한보사태가 왜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율화가 되지못하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결국 산업패턴이 바뀌어야 금융자율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한보철강을 국책사업으로 지원하다보니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규모의
대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산업정책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바뀌지 않으면 금융산업의 발전은 요원한
일입니다.
<> 사회 =정부의 관치금융은 핵심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고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요사이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입과 현대 제철사업진출을 두고
정부의 애매한 태도로 상당한 사회적 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 유 연구위원 =이제는 국책사업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합니다.
가장 필요한 사업은 가장 수익성있는 사업이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정부가 굳이 국책사업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기업들 스스로가
참여할 것입니다.
따라서 일부 공공재를 제외하고는 기업이 사업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나 상무 =기업의 기채발행이 아직도 정부에 의해 선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선택도 기업의 판단에 맡겨야 하고 기업의 해외자금조달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대기업에는 해외자본조달 한도를 풀어주고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자금조달이
어려우므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만기 10년이상인 장기채를 손쉽게 발행할 수 있는 여건도 정비돼야
합니다.
<> 좌 원장 =기업이 해외에서 기채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해외투자자에게 수익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봐야
하므로 특혜로 오인해서는 안됩니다.
<> 유 연구위원 =해외자금조달을 완전히 풀어줄 경우 국가경제
전체입장에서는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외자금 유입은 곧바로 국내통화 팽창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자기책임하에 돈을 빌려오라는 것은 국내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적정수준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자유화로 금리가 낮아지려면 궁극적으로 외국에서 자본재를 사들여
자본축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돈만 들여온다고 해서 금리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경상수지적자는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박 교수 =외국의 값싼 자본을 들여올 경우 금리가 낮아진다면 모든
나라가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본자유화를 하자는 것은 해외자본이 생산적인 부분에
배분되고 자본축적이 이뤄지면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때문입니다.
금융자원뿐 아니라 실물자원도 시장원리를 따라야 합니다.
특정산업이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논리는 타당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하다보니 계속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이유야 어떻든 지금은 금리를 낮춰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본시장개방에 앞서 대내외금리차를 낮추지 못하면 자본시장을 개방해도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입니다.
<> 사회 =실제 은행에 돈이 없어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 나 상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사업성과 기업신용도에 따라
누구나 해외차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벤처기업등은 신용도에
따른 차입이 손쉬울 것입니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부실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또 해외자본도입시 환율도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도입자본의 금리가 낮다고는 하지만 환율때문에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좌 원장 =정부가 자본의 유입량을 조절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가격자율화만 해결되면 자금의 유입량은 저절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해외자본을 조달하려는 기업은 해외조달금리 환리스크 등을 모두 고려할
것입니다.
지금은 가격기능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부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회 =금융부문뿐만 아니라 실물부문의 하부구조 개선도 시급합니다.
실물부문이 살아나야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수년내에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중 하나가 망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아직도 설비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수년전 정유회사들의 설비투자 경쟁이 벌어지면서 회사채가 20%까지
뛰어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과잉투자나 중복투자에 대해 정부개입 논리가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 박 교수 =과잉투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투명한 원칙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 투자억제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설득해야 할 것이고 기본적으로는
기업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해도 한번쯤은 과잉투자로 도산하는 기업이
생겨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무모한 투자를 자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되면 금융기관들의 자금운용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 좌 원장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한 것은 자동차산업을 세계
일류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정부가 보호해 줄 것이라는 인식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복투자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에 대해 한번쯤은
도산하도록 내버려 둬야 할 것입니다.
<> 사회 =금융부문과 실물부문등 우리경제 전반에 걸쳐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벤처기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미국과 같이 성공할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모든 시장이 개방돼 있어 우수한 해외인력 채용도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경제의 시장왜곡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박 교수 =정경유착을 끊고 경쟁에 탈락한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사라져야 합니다.
금융개혁위원회의 방안이 제시되면 일단 이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앙은행도 현재 사실상 직접규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재할인정책
지급준비정책 공개시장조작정책등 간접규제를 올바르게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 나 상무 =기업은 현재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OECD가입으로 기업의 보호장막이 완전히 걷혔습니다.
또 주도산업이 신기술.통신산업으로 바뀌는등 부침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자금흐름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각종 혁신활동을
내부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위험과 감당능력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신용도에 따른 자원배분이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또 은행등 금융기관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유 연구위원 =금융산업의 각종 규제는 약자를 돕기 위한 것인데
시장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은 정부재정에서 대출해주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경제의 각종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과잉투자나 중복투자문제는 직접 책임이 있는 기업이 판단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 좌 원장 =외국의 개방압력에 밀려 시장을 열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기업의 판단에 따라 해외자금조달도 할 수 있도록 하는등
정부정책이 시장기능과 민간자율에 따라 움직이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사회 =공자는 나라가 잘되려면 임금은 임금노릇을 잘하고 신하는
신하노릇을 잘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국민 각자가 자기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나가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각종 문제들도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