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 처음으로 간부사원의 사외파견제를 실시할 계획이라는
소식(본지 17일자 1면 머릿기사)은 고용안정을 해치지 않는 내부고용조정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외파견제는 모기업의 고급인력을 협력업체에 보내 근무케 하는 제도로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고용조정형태지만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출향"
이라 하여 관행화된 제도이다.

현대자동차는 관리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1백여명을 선발해 오는 7월
부터 협력업체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한다.

파견기간(1년)중 임금은 협력업체가 지급하되 임금이 줄어들 경우 그
차액은 모기업에서 보전해 주고 당사자와 협력업체가 원하면 해당업체로
이직토록 해준다는 등의 비교적 좋은 조건을 내건 것은 새로운 제도도입에
따르게 마련인 저항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배려로 이해된다.

우리가 국내기업의 사외파견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 제도가
고용의 경직성을 완화시킴으로써 모기업의 불황극복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모기업으로서는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해 고임금의 잉여인력을
줄임으로써 당장 얼마간의 경쟁력개선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제도가 잘만 운영된다면 모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는 물론 파견 당사자
에게도 득이 되는 고용조정의 한 패턴으로 자리잡을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협력업체로서는 대기업의 노하우를 받아들여 업무능력을 향상시킬수 있고
고급인력을 적은 비용으로 활용할수 있어 좋을 것이다.

파견 당사자 역시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보다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서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 더 보람된 일일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조기-명예 퇴직이 야기하는 문제를 인력재배치를
통해 회피할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도입은 긍정적인 기능을 할수
있다고 본다.

다만 우리의 현실에서 사외파견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파견 당사자의 피해의식과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파견근무를 속된 말로 "물먹는"것으로 이해하거나 "사실상의 정리해고"라고
보면 곤란하다.

사외파견제는 동양적 온정주의의 산물인 면도 없진 않지만 오늘날 일본
상장기업 종업원의 10%가 협력사 등에 파견돼 많은 긍정적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볼때 기업 리스트럭처링 과정에 필요한 기업과 종업원 모두의 새로운
변신기회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덧붙여 사외파견제가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일방적인 "밀어내기식" 편법으로
오해될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파견 당사자의 능력개발과 근무의욕을 높일
수 있는 치밀한 프로그램이 병행 실시돼야 할 것으로 본다.

요컨대 사외파견제는 전직이나 퇴직에 비해 실업을 거치지 않게 하는 노동
이동인 동시에 노동조건의 저하도 별로 없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