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초 초당적으로 경제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며 구성된
"경제대책위"가 지금까지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야가 정치적 현안을 떠나 순수하게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거창하게 시작한 이 경제대책위는 기껏 아무런 내용도 없는 모임만 수차례
가졌을 뿐 준비 미흡과 여야갈등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하니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애초에 정치권에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려울때 구성된 것이니 만큼 그래도 가시적인 성과가 한두가지는
도출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최소한의 기대마저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이 우리 정치권의 현실이다.

침체된 경제살리기는 근로자들과 경영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계 경제계 사회각계가 합심하여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정치인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어찌하여 기껏
구성해 놓은 경제대책위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경제살리기가 한쪽에만 좋고 한쪽에는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결코
아닐진대 경제살리기를 위해 모인 대책위가 왜 당리당략에 따라 좌우되어야
하는지 소시민의 짧은 소견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대선이 다가오면 정치권은 더욱 경제문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더 늦기 전에 경제대책위 운영을 정상화시키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그것만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경제살리기에 정치인들이 한 일이 무엇이 있는가라는
국민적 비판과 외면을 피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황광연 <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