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공무과 김종기계장(49)의 작업현장은 언제나 한여름이다.

그의 작업장은 보일러실.

이 곳에서 일하기 시작한게 올해로 24년이 된다.

열기를 뿜어내는 보일러 만큼이나 그의 투박한 손끝에서 나오는 일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

김계장의 기술력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공기오염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보일러 시스템을 만들어 낸데서 잘 나타난다.

지난 90년 매일유업이 1천5백만원을 들여 설치한 보일러가 말썽을
일으켰다.

보일러 연료인 벙커C유에 혼합하는 물이 자꾸 기름과 분리되는 것.

보일러 가동시 발생하는 분진을 막기 위해선 물을 혼합해야 한다.

김계장은 물과 기름이 계속 섞이도록 하는 장치를 혼자 개발했다.

이를 통해 하루에 20 짜리 봉투로 7개나 나오던 분진을 봉투 반개로
줄였다.

자칫 못쓰게 될 뻔 했던 고가의 장비를 제대로 가동시켰을 뿐 아니라
분진의 양까지 대폭 줄인 것. 그뿐 아니다.

각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응축수를 저장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장치도 개발해 냈다.

응축수의 온도는 통상 1백도가 넘는다.

따라서 많은 양의 증기가 나오지만 그냥 하늘로 올라갈 뿐이었다.

"막대한 에너지가 그냥 소모되는 게 아까워서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김계장은 응축수를 저장해 증기를 모으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의 설치비는 단돈 15만원.

그러나 회사는 지난해 이 장치를 통해 연간 1천3백40만원의 원가를
줄였다.

"젊은이들이 보일러실에서 일하는 것을 3D로 꼽으며 기피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힘든 일이라면 무조건 안하려는 자세로는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지 않겠어요"

김계장은 그래서 같이 일하는 후배 3명에게 더 정이 간다고 말했다.

"넷이서 보일러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고 다니니까 이 분야에서는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어요"

자신감 넘치는 김계장의 목소리에서 경험으로 익힌 기술의 깊이가
느껴졌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