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주관 제2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 김호경(35)씨.

교보문고에서 "지구촌 책정보" 담당대리로 근무중인 그는 수상작이자
데뷔작인 장편 "낯선 천국"을 통해 인간과 사회 사이에 놓인 "혼돈의 강"을
얘기한다.

짐 자무쉬의 영화 "천국보다 낯선"을 연상시키는 제목의 이 소설은
평범한 회사원 "김"과 대학생 "이", 군인 "박"이 우연한 계기로 마약과
황음에 빠져 파멸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약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엉뚱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세상의 부조리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원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애타게 손을 흔들어도 문학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 거대한 산이었다"며 습작기의 고통을 내비쳤다.

이 작품은 4년전 구성, 완성하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고.

"세상은 아름답지만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막막한
"막힘" 앞에서 "문학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여기까지
달려왔지요"

"낯선 천국"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천박한 대중문화를 비롯한 우리 삶의 황폐한 일상적 공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90년대 리얼리티에 대한 괄목할만한 소설적 도전" (이남호)
이라는 평과 "허술한 구성, 감정의 과정이나 리얼리티의 결여, 들떠있는
문체 등 한마디로 나이든 문학청년의 악습과 결점을 고루 갖춘 작품"
(이문열)이라는 혹평을 동시에 받은 것.

그는 "호평보다 혹평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요즘 소설들은 너무 내면으로 침잠하거나 소소한 것에만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는 그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는 큰 소설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