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외제배격운동의 득실 .. 사공일 <세계경제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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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워싱턴에서 한-미양국의 정부, 업계, 학계, 언론계 등 각계지도급
인사 다수가 참여하는 한-미 21세기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쌍방간 열띤 토론을 벌였던 두
주제는 북한과 남북통일문제, 그리고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이었다.
이 두 주제가 미국축 참석자들의 최대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비절약운동이 미국측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국제수지적자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는 나라에서
소비를 줄이고 근검절약해서 저축을 최대한 늘리려는 생각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이 민간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정부가 배후에서 조종하는 관제성 수입품내지 외제배격운동
이란 시각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정부 고위정책담당자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우리측 참석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미국측시각이 잘못된 것이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측이 우리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이와 유사한 과거의 소비절약운동들이 거의 예외없이 관주도의
소비재수입 배격운동이었던 것을 그들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의 소위 "과소비추방운동"도 비록 민간주도로 일어난 것이긴
하나 외제수입억제 운동이라해도 큰 무리가 아닌 것이기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제국의 신경을 날카롭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수년전 한경논단(1995.10.9일자) "신뢰도 높은 사회를 만들자"는
제하의 글에서, "저신뢰사회는 국제거래에 있어서도 높은 거래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외시장개방을 약속한후, 다른 한편으로 세무사찰 등의 방법으로 외국
상품의 수입을 막는다면 국가신뢰도는 실추될 것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협상력이 약한 경우 반드시 나중에 더 큰 양보를 통해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실제로 우리정부는 우리나라가 가입한후 처음으로 참가하는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각료 이사회에서 과소비추방운동에 관한 큰 논단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입애로신고 센터"를 설치하고 시민단체들의 노골적인
수입억제 운동을 자제해 주도록 종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국민 모두가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산업구조상 원자재와 자본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 수입소비재뿐 아니라 모든 국산제품의 소비절약이 바로 국제
수지적자를 줄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며 국제수지적자를 줄이기위해 우리국민
모두의 건전한 소비생활과 근검절약을 유도하는 소비절약운동은 바람직스런
일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내놓고 자랑해도 좋을 일이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소비절약운동이 바람직스런
것이긴 하나 오늘날 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국제수지적자문제를 근본적
으로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저축률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와있다.
물론 최근에 와서 민간가계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으로 민간가계저축을 크게 제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수입소비재만을 배격함으로써 우리의 저축률을 제고하는데는 더욱
한계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큰 실리를 거두기 힘든 수입소비재만을 겨냥한 소비절약운동은
비록 민간주도로 추진된 것일지라도 대외의존도가 남달리 높은 우리에게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개별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수입소비재를 쓰지 않을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과소비추방운동에 관한 외부의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제기는 미국과 유럽제국 등 쌍무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와 OECD 등 다자기구차원에서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는 한 사실여부를 떠나서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이미지는 손상될 수밖에 없고, 우리의 국가신뢰도 또한 실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소위 네트워크시대에 살고 있다.
네트워크란 간단히 말해 남과 손잡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네트워크는 신뢰기반 위에서만 가능한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 누가 손잡고 일하겠는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발전단계상 특히 선진일류기업들과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을 피해야 할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국가신뢰도를 높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써 국제규범을 충실히
준수하고 모든 법규적용의 투명성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이와 아울러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국민의식함양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남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지혜와 능력을 길러나가야 한다.
이것은 네트워크를 조장하는 기초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나라는 스스로 원해서 오늘날 선진국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OECD회원국이 되어 있다.
국제사회에서 OECD회원국 수준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나갈 때
우리의 국가신뢰도는 제고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
인사 다수가 참여하는 한-미 21세기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쌍방간 열띤 토론을 벌였던 두
주제는 북한과 남북통일문제, 그리고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이었다.
이 두 주제가 미국축 참석자들의 최대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비절약운동이 미국측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국제수지적자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는 나라에서
소비를 줄이고 근검절약해서 저축을 최대한 늘리려는 생각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이 민간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정부가 배후에서 조종하는 관제성 수입품내지 외제배격운동
이란 시각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정부 고위정책담당자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우리측 참석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미국측시각이 잘못된 것이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측이 우리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이와 유사한 과거의 소비절약운동들이 거의 예외없이 관주도의
소비재수입 배격운동이었던 것을 그들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의 소위 "과소비추방운동"도 비록 민간주도로 일어난 것이긴
하나 외제수입억제 운동이라해도 큰 무리가 아닌 것이기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제국의 신경을 날카롭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수년전 한경논단(1995.10.9일자) "신뢰도 높은 사회를 만들자"는
제하의 글에서, "저신뢰사회는 국제거래에 있어서도 높은 거래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외시장개방을 약속한후, 다른 한편으로 세무사찰 등의 방법으로 외국
상품의 수입을 막는다면 국가신뢰도는 실추될 것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협상력이 약한 경우 반드시 나중에 더 큰 양보를 통해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실제로 우리정부는 우리나라가 가입한후 처음으로 참가하는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각료 이사회에서 과소비추방운동에 관한 큰 논단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입애로신고 센터"를 설치하고 시민단체들의 노골적인
수입억제 운동을 자제해 주도록 종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국민 모두가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산업구조상 원자재와 자본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 수입소비재뿐 아니라 모든 국산제품의 소비절약이 바로 국제
수지적자를 줄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며 국제수지적자를 줄이기위해 우리국민
모두의 건전한 소비생활과 근검절약을 유도하는 소비절약운동은 바람직스런
일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내놓고 자랑해도 좋을 일이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소비절약운동이 바람직스런
것이긴 하나 오늘날 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국제수지적자문제를 근본적
으로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저축률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와있다.
물론 최근에 와서 민간가계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으로 민간가계저축을 크게 제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수입소비재만을 배격함으로써 우리의 저축률을 제고하는데는 더욱
한계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큰 실리를 거두기 힘든 수입소비재만을 겨냥한 소비절약운동은
비록 민간주도로 추진된 것일지라도 대외의존도가 남달리 높은 우리에게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개별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수입소비재를 쓰지 않을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과소비추방운동에 관한 외부의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제기는 미국과 유럽제국 등 쌍무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와 OECD 등 다자기구차원에서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는 한 사실여부를 떠나서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이미지는 손상될 수밖에 없고, 우리의 국가신뢰도 또한 실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소위 네트워크시대에 살고 있다.
네트워크란 간단히 말해 남과 손잡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네트워크는 신뢰기반 위에서만 가능한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 누가 손잡고 일하겠는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발전단계상 특히 선진일류기업들과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을 피해야 할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국가신뢰도를 높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써 국제규범을 충실히
준수하고 모든 법규적용의 투명성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이와 아울러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국민의식함양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남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지혜와 능력을 길러나가야 한다.
이것은 네트워크를 조장하는 기초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나라는 스스로 원해서 오늘날 선진국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OECD회원국이 되어 있다.
국제사회에서 OECD회원국 수준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나갈 때
우리의 국가신뢰도는 제고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