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21.미국)의 바이런넬슨클래식 우승은 "우즈 골프의
완벽한 최종 증명서"를 의미한다.

그는 "그래도 골프는 알 수 없다"는 상식을 다시 거부하며 실력이나
정신적면에서 불세출의 스타임을 과시했다.

<> 실력 발휘가 덜 되도 우승

우즈의 이번대회 플레이는 사실 "베스트"가 아니었다.

특히 그의 티샷은 종종 러프를 찾아 들었고 매스터즈때 만큼 아이언도
핀에 붙지 않았다.

위성TV중계와 외신을 종합해 볼 때 부진한 롱게임에서 그를 구해준
것은 칩샷과 퍼팅이라는 "쇼트 게임".

그는 그린사이드 칩샷이 "붙으면 50cm, 떨어지면 1m"식의 절묘함으로
그린미스를 커버했고 다른 선수들의 첫 퍼팅이 평균 60cm 벗어난다면 그는
평균 30cm 벗어나는 식의 정교함을 보였다.

최종라운드 18개홀중 11개홀에서만 파온 시키는데 그쳤으나 스코어는
2언더라는 것이 그의 쇼트게임을 증명한다.

결국 외신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았다.

"우즈는 그의 골프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
그는 가장 잘 친 선수였다"

자신의 베스트 골프를 쳐야 우승하는 미투어대회.

그러나 우즈는 "덜 쳐도 우승"이었고 그것은 "명백히 차별화된 그의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 1타의 의미, 장타의 의미

골프에서의 1타, 특히 4라운드에서의 1타는 "아무것도 아닌 차이"로
보통 생각한다.

그러나 그 1타가 "우승을 결정짓는 1타"라면 그 1타야 말로 "최고와
보통"을 구분짓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된다.

최종일 14번홀까지 우즈와 리 린커 (미국)는 중간합계 16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다.

그러나 우즈에게는 "1타를 확실하게 벌 수 있는 파5홀"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파5홀인 16번홀 (545야드)에서 선두권의 다른 선수들은 공히
60-100야드 서드샷을 해야했다.

핀은 바로 그린 오른쪽 벙커 넘어 꽂혀 있었기 때문에 "붙이는 버디"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즈는 강한 맞바람이 분 최종일 경기에서 유일하게 "2타만에"
그린을 돌파했다.

역시 드라이버로 친 그의 세컨드샷은 그린 왼쪽으로 벗어났으나 거기서
그린 오른쪽 전면에 위치한 핀으로의 "칩샷 붙이기"는 누구보다 "확실한
버디"를 의미했다.

16번홀에서의 60cm 버디는 바로 장타력과 쇼트게임이 혼합된 "우즈만이
가능한 우승골프"였던 셈.

<> 그랜드슬램으로의 전진

사람들은 생각했다.

"아무리 우즈라도 그 역시 인간이며 매스터즈 우승이라는 성취는
잠시라도 골프를 흔들리게 할지도 모른다"

사실 4주를 쉰 후의 우즈 스윙은 톱에서 헤드가 안정되지 못하는 등
불안감이 있었다.

"휴식으로 인한 리듬회복의 어려움과 영웅이 된 후의 안도감" 등 면에서
어쩌면 매스터즈보다 이번대회 우승이 더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우승한 것은 "어느대회건 우승할 수 있음"을 보란듯이
증명한 셈.

그의 이번 "전진"은 6월의 US오픈 등 그랜드슬램을 향한 기대를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도대체 산전수전 다 겪은 다른 베테랑들이 같이 치기만 하면 주눅이
드니 어쩌란 말인가.

아직은 "우즈 골프"와 "상식대로의 골프" 차이가 무척이나 큰 것 같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