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뷰론이 떴다"

현대자동차는 요즘 티뷰론 자랑에 정신이 없다.

처음으로 개발한 스포츠 쿠페가 해외에서 날개돋친듯 팔려나가고
있어서다.

일부 지역에서는 없어서 못팔 정도다.

몇몇 딜러들은 이미 쇼룸에 있던 것까지 팔아치우고 추가 물량 확보에
아우성이다.

티뷰론은 수출 1년째인 지난 4월까지 모두 4만9천2백76대가 나갔다.

스포츠쿠페가 이처럼 대량으로 판매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더욱이 지난달에는 6천2백11대가 수출돼 국내 월평균 판매량 5백대의
12배가 해외에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티뷰론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포츠쿠페"라고
자신한다.

과거 가장 잘 팔렸던 스포츠쿠페인 마쓰다 미아타가 연간 6만5천대로
최고 기록을 갖고 있으나 올해는 이 기록이 깨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2월과 3월 각각 5백34대와 5백20대가 판매됐다.

스페인에서도 지난3월 5백87대가 판매됐다.

해외 한 국가에서의 판매량이 텃밭인 국내에서보다 많다.

미국에서는 3월부터 1천대에 가까운 판매를 보였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티뷰론의 현지판매가격이 경쟁차에 비해 결코 싼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티뷰론의 가격은 3천6백30만리라.

도요타 셀리카(3천8백58만리라)에 비해서는 약간 싸지만 혼다
시빅쿠페(3천6백25만리라)와는 같다.

마쓰다 MX-3(3천3백50만리라)보다는 오히려 10% 정도 비싸다.

"제값받고 제대로 평가받자"는 과감한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채산성도 아주 높다.

국산차에 부정적이었던 현지 언론들도 "한국차의 품질을 뛰어넘은
차"(미국 모터트렌드) "한국의 기술력이 이미 세계 수준에 도달했음을
증명하는 차"(영국 오토카)라는 평가를 잇따라 내고 있어 판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회사 수출계획실장인 이형근이사는 "뛰어난 스타일링과 기본에 충실한
성능이 판매호조의 요인"이라며 "무엇보다 회사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