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위원회가 이번에 내놓은 중앙은행독립및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은
향후 우리나라의 금융정책및 제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개혁안이다.

그동안 이 중차대한 금융개혁의 논의과정이 지나치게 이해당사자들간의
이해관계의 타협에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있었기에 이 개혁안에
대한 평가도 여러가지로 갈리는 것같다.

그러나 모든 개혁안은 무엇보다 그것이 지향하는 목표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금융개혁의 목표란 통화가치의 안정,금융시장의 효율성및 경쟁성제고,
그리고 금융제도의 건전성및 안정성 제고에 있어야 한다.

이번 개혁안의 기본골격은 현재 재경원 금융정책실이 관장하고 있는
통화신용정책을 한국은행에 일임하고 금융통화위원회를 한국은행의 내부
최고의사결정 기구로 규정하고 금통위의장이 한은총재를 겸하도록 하면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분산되어 있는 은행 증권 보험 등 3개의 금융감독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로 통합하면서 이 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만든
것이다.

이 개혁안의 핵심은 과거의 재무부에 버금가는 거대한 규제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가 새로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 금감위는 한국은행으로부터는 대부분의 은행감독권을 넘겨받고
재경원으로부터는 금융정책실의 기능 상당부분을 넘겨받을 것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은행감독권 대부분을 금감위에 넘겨주는 대신
재경원으로부터 통화신용정책을 넘겨받고 독립을 얻게 된 반면, 재경원은
통화신용정책과 금융기관의 인허가권 등을 넘겨 주어 겉으로 보면 가장
많이 잃은 부처가 된다.

이번 개혁안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화신용정책의 담당기관으로서 한국은행의 독립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찬성하기에 문제가 없으나 은행감독권 일부를 한국은행이 계속
가지는 것에 대해선 이론이 있는 것같다.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 유지와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성제고를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및 검사기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동일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한의 분할은 행정의 혼선을
초래할뿐 아니라 감독기관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하면
어떤 기관이 감독을 하는가는 통화신용정책의 수행에 중요치 않다는
주장이 있다.

이 두가지 견해 중에서 부처이기주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순수히
금융제도의 건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어느쪽이 더 타당한지를 판단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금융 보험 증권감독기관의 통합과 그 통합된 금융감독위원회를
총리실산하에 두는 문제에 대해서 이론이 있는 것같다.

금융의 겸업화 진전에 따라 금융권간 감독업무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세 감독원을 하나의 감독기관으로 통합하자는 것이 기본취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는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으며 오히려
통합은 조직의 비대화,경직화를 가져와 감독업무의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금융의 겸업화가 확대되더라도 은행 증권 보험의 3대 금융권의
고유업무에 대해선 칸막이가 유지될 수 밖에 없으므로 금융겸업화를
이유로 한 통합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에 들어가되 현행 독립된 감독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위원회의 조정을 받는 안을 심각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로 재경원의 경제정책 조정기능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재경원은 우리 경제정책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기관이고 통화신용정책은
재정정책 외환정책과 더불어 중요한 경제정책수단중의 하나이므로 어떠한
방식이든 경제정책의 조화를 위한 재경원과 금융통화위원회 간의 연결장치가
강구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재경원차관이 당연직 금통위원이 되는 것도 그 하나의 방법으로 신중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점들 외에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새롭게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들이 또 다른 규제기관 또는 이권기관화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우리 금융제도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위해 규제할
것은 철저히 규제하되 필요없는 규제를 통해 이권을 챙겨서는 아니되고
무엇보다도 금융시장과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제고를 위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독립을 쟁취하고 은행감독권 일부를 계속 유지하게 되었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 경제의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신용정책에만
순수한 마음으로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재경원은 그들이 진정으로 국가경제를 걱정한다면 기득권을 대부분
넘겨주었다고 해서 섭섭해 할 것은 없다.

다만 남은 거시금융정책을 전체 경제정책의 최적 융화(Policy mix)를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러한 재개편을 한은과 재경원간의 부처간
밥그릇싸움의 관점에서 자꾸 보려하지말고 금융개혁의 본연의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중심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개혁이 그러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지를 계속
지켜보아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가차없이 새로운 개혁을 시도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