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시작하기는 쉽다.

그러나 성공하기는 어렵다.

열사람이 창업을 하면 한두사람 정도 성공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업을 해서 성공하는 열쇠는 무엇일까.

각종 창업안내서를 살펴보자.

비슷한 성공조건들이 나온다.

사업아이템을 잘 선택해야 한다.

자금조달을 잘 해야 한다.

사업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판매처를 확보해야 한다 등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이제 막 직장을 떠나온 명퇴자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자가 처해있는 조건이 이와는 너무 동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실제로 창업을 해서 성공한 기업인들에게 성공의
조건을 물어봤다.

다시 창업을 한다면 어떤 점을 가장 염두에 둘 것인가를.

이들의 대답은 상식과 달랐다.

이를 요약한다.

첫째 창업을 할 때는 다니던 직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다니던 회사가 부품을 납품받거나 특정 용역을 주고 있거나 혹은 거래관계가
있다면 이를 자신이 맡겠다고 나서보라는 것이다.

이때 여러사람에게 얘기하지 말고 사장을 직접 찾아가 얘기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사장들은 이를 들어준다.

그동안 성실하게 일했다면 사장으로서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다.

믿을만한 사람과 거래해서 좋다는 판단이 설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공무원이나 회사원 생활을 했다면 창업전에 1년정도 사회적응기간을
가져라.

사표를 내면 한두달만 쉬어도 무척 불안하지만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정해놓은 아이템에 대한 조사와 공부를 하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특히 공무원 출신이라면 사람을 만났을때 식사비용을 먼저 낼 줄 아는 것
이라도 배운 뒤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도 모르고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1백% 떼인다.

적응기간 없이 투자한 퇴직금은 이미 "남의 돈"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셋째 분쟁을 조심해야 한다.

샐러리맨이 창업을 하면 십중팔구 사기를 당한다.

고의적인 사기가 아니더라도 장기어음을 받았다가 부도를 당할 수도 있다.

이때 살아나는 길은 오직 한길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포기해야 한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월급쟁이 15년해서 겨우 모은 퇴직금을..."이라며
돈 떼어먹은 사람을 찾아다니다 보면 사업은 저절로 망하고 만다.

거듭 강조하지만 일찌감치 포기하라.

돈받으러 다니는 시간을 본사업에 투자하면 살아날 길이 생긴다.

분쟁에 휘말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소송에 빼앗기는 시간을 기술개발 등 생산적인 부문에 쏟자.

넷째 의롭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사표를 내는 것은 보다 나은 일을 찾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호구지책이나 자식공부를 위해서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하다.

편법이나 속임수를 쓰다가는 사업이 잘 되지 않을때 견디기 어렵다.

의롭게 시작하면 어려울 때도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수 있다.

이들 중견기업인의 충고는 사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가슴에 와닿지
않은 면이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이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고 한다.

이들의 충고 가운데 가장 귀기울여야 할 것은 역시 다니던 직장을 잘 이용
하라는 내용이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