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론이 번지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부도방지협약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경제 부총리가 업계
사장단을 소집하는 등 정부도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보와 삼미그룹 등이 연이어 초대형 부도를 터뜨린 이후 한때 잠잠하던
연쇄 보도설이 최근 다시 증권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진로와 대농그룹이 잇달아 부도방지협약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높아가는
불안감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과연 금융대란은 올 것인가"

한마디로 "대란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연이은 대형부도는 건설 유통 등 일부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산업의
문제일뿐 시중 자금은 풍부하고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자금의 편중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불안감이 증폭되어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자금의 금리갭이 벌어지고 금융부문의 넘치는 자금이 실물부분으로 흘러
가는 과정이 순조롭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반 지표들은 최근의 금융대란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양호하다.

온갖 부도설을 양산해냈던 주식시장의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6일
699.53포인트였으나 23일 730.53포인트를 기록, 1주일여만에 30포인트이상
오르는 힘을 과시했다.

경기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다 엔고 등 외생적인 변수가 결합돼
만들어진 결과다.

자금시장도 이상하리만치 안정돼 있다.

하루짜리 콜금리는 지난4월말 연14.16% 수준이었으나 이날에는 연12.3%
안팎에서 형성됐다.

회사채 유통수익률(3년만기)도 연12.50%이던 것이 연12.20%이내로 낮아져
있다.

기업의 자금수요를 측정할수 있는 당좌대출한도 소진율도 3월말 28.9% 4월말
28.0%에서 20일 현재 25.4%로 떨어져 있다.

일부 기업들의 일시적인 자금부족은 있을수 있으나 전체적인 현상은 아니며
금융대란 예고는 더더욱 아니라는 반증이다.

물론 남아도는 자금이 금융기관이라는 제한된 사이클에서만 돌기 때문에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더 나쁘리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종금사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8조4천4백17억원의 여신을
취급했으나 올들어서 같은 기간중엔 7조2천7백72억원으로 13.8%가량을
줄이기도 했다.

회사채 발행물량도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행 보험등의 여신이 전년수준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자금흐름에 동맥경색 징후는 엿볼수 없다는게 금융당국및 전문가들의 분석
이다.

관계자들은 잇따라 부도사태에 휩쓸린 분위기에 편승, 일시적인 어려움을
과대포장하려는 세간의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해당 금융기관에는 무리한
대출회수를, 기업들에는 자금가수요를 자제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 대형 부도업체 일지 ]]]

<>1.23 한보철강
<>2. 2 마이크로코리아
<>3.18 삼미특수강
<>4.21 고려원
<>5.13 삼립식품
<>5.16 진로청주백화점
<>5.19 대농(부도방지협약)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