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말린 갈색 조가비, 화려한 줄무늬의 열대어, 길고 부드러운
지느러미가 아름다운 물고기, 몸길이 만큼 솟아 오른 길고 뾰족한 침이
달린 가시고기, 긴 꼬리에 울퉁불퉁한 몸체가 인상적인 짙은 갈색 해마....

올해 패션디자인 소재로 가장 각광받는 대상은 "자연".

봄에 떠오른 소재가 꽃 나무 덩쿨 등 갖가지 식물이었다면 여름에는
물고기나 조개같은 바닷속 동물이나 해초가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무늬는 바닷가 피서지를 연상시켜 편안한 리조트웨어는 물론
블라우스 재킷 등 일상 복장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 여름 국내외를 막론한 여러 브랜드에서 바닷가 생물을 디자인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에트로".

"에트로"는 일명 올챙이무늬라고 불리는 페이즐리무늬로 유명한
이탈리아업체로 이번 시즌에는 조가비 물고기 산호 등 다양한 바다생물로
폭을 넓혔다.

"에트로" 수입업체인 (주)듀오의 최미선씨는 "베이지 면 바탕에 꽃 나무
열대어무늬를 프린트한 재킷, 원색으로 날염한 실크스카프 등이 5월들어
인기상품으로 부각됐다"고 전한다.

이밖에 "로메오 질리" "존 갈리아노" 등의 브랜드도 자연무늬 프린트를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업체에서도 리조트웨어를 중심으로 자연무늬
사용이 눈에 띈다.

"발렌티노"는 큼직한 꽃다발이 그려진 시스루소재 드레스를 올 여름
대표 아이템으로 내놨다.

자연의 요소를 주된 디자인소재로 삼는 스타일은 패션에서 "이콜로지
룩 (Ecology Look)"이라고 통칭된다.

꽃 나비 곤충 등 각종 동식물을 디자인소재로 삼고 소재 또한 면 마
모직 등 천연섬유를 사용하는 경향을 말한다.

89~90년 "환경보호" 바람이 문화 전분야에 파급효과를 불러오면서
부각됐으며 그 뒤로도 봄 여름에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콜로지 문양은 대개 무늬가 크고 색상도 눈에 띄는 편이므로
코디네이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바탕색이 검정 아이보리 베이지등으로 차분한 색일때는 문제가 없지만
반대로 오렌지 녹색등 강한 색일 때는 함께 입는 옷을 무채색 또는
같은 색으로 맞추는 게 무난하다.

무늬는 상의나 하의중 한쪽에만 넣는다.

소재는 폴리에스터나 아세테이트처럼 가볍고 드레이프성 (부드럽게 축축
처지는 성질) 있는 것으로 고른다.

시원한 바다느낌을 살려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때문.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