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에 대한 재심 첫 공판이 23일 오전 10시 서울지법 311호 법정에서 형사
합의23부(재판장 최세모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피고인으로 나온 정씨는 이날 "79년 10월26일 밤 박정희 전대통령 시해사건
직후 김재규는 대통령 서거사실 외에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
만찬장에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것은 경호실 직원밖에 없어 경호실 소행
으로 알았고 김재규 소행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당시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시해범이 김재규라는
사실을 듣고 장관에게 보고한 뒤 다음날 새벽 헌병감을 시켜 즉각 체포했다"
며 "처음부터 수사를 지시했는데도 김재규를 도왔다는 것은 말도 안되며
조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 김진기 당시 육본 헌병감, 조석일
당시 육본벙커 상황장교 등 변호인측이 신청한 3명의 증인을 채택했다.
재판부는 또 내달 13일 오전 10시에 2차 공판을 열어 증인신문을 벌인 뒤
심리를 종결, 검찰의 구형까지 마치기로 했다.
한편 정씨는 첫 공판이 끝난 뒤 "17년전 부하 반란군에 의해 입은 억울한
피해를 밝힐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히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는 전두환.노태우씨의 사면문제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