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자동화로 불황을 넘는다''

국내 산업현장이 장기화된 불황에 신음하면서 공장자동화(Factory
Automation)가 다시 탈불황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불황의 주요인인 수출부진과 고비용-저효율구조를 벗어나려면
생산원가, 그중에서도 인건비 비중을 낮추는게 필수적이다.

공장자동화는 사람이 없어도 기계가 스스로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인공장"을 실현할 수 있는데다 고품질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불황극복의
첨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점에서 고임금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선진국들이 로봇과
컨베이어시스템으로 상징되는 공장자동화를 앞다투어 도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에 자동화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후반이다.

민주화운동의 열기와 더불어 노사분규가 전국을 강타하자 제조업체들이
공장자동화를 통한 생력화(생력화)에서 활로를 찾은 것이다.

이후 국내 자동화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제조업체들의 자동화에 대한 투자액은 지난 85년 2천2백46억원에서
10년만인 95년 1조7천6백억원으로 8배 이상 늘어났다.

장비와 시스템을 공급하는 업체도 삼성항공 LG산전 대우중공업
현대엘리베이터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관련시장의 규모도 오는 2005년엔 9조2천1백50억원으로
84년(8천8백60억원)과 대비해 11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계의 자동화수준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까지 한참
뒤떨어진 상태다.

지난 94년 현재 우리나라의 공장자동화율은 50.8%에 머물고 있다.

국내 공장중 절반가량이 아직도 원시적인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의 82.7%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제조업체들의 총투자액중 자동화에 대한 투자비도 6.9%로 일본의
자동화투자비율인 17.2%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자동화기기 공급업체들의 기술수준도 문제다.

전문업체가 1천3백여개사에 달하고 종업원만 3만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기술수준은 일본의 70%선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주요핵심부품은 대부분 외국선진업체, 그중에서도 일본에서 수입한뒤
국내에서는 조립생산만 하는 하청구조를 면치못하는 등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까지 지목되고 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자동화산업은 지난해부터 불황이란 "복병"을 만나
주춤해진 상태다.

주요수요처인 자동차 가전 섬유업계 등이 내수시장의 포화와 수출부진으로
설비투자를 보류하거나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자동화가 좋다는 것이야 알지만 이를 적용시키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다 설비가동에 필요한 전문인력도 부족하다는게 수요자측인
제조업계의 입장이다.

국내 산업의 구조가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바뀌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한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상품을
만들다보니 부품 및 프로그램 등의 잦은 교체가 필요해져 자동화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LG산전 자동화기기사업 유니트의 김병하 이사는 "국내 자동화산업이
과거의 고성장시대에서 저성장시대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며 "자동화
설비투자의 동향도 생산물량 확대를 위한 대규모 증설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다수의 분산투자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사는 "자동화기기 공급업체들도 로봇간의 데이터교환 등이 가능하도록
통신네트워크의 기술개발을 강화하고 전산업 차원의 표준화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자동화산업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세계 공장자동화시장은 93년 기준 6백23억달러(5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6%에 불과하다.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박차를 가해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매진해야
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자동화산업은 자체로서도 중요할 뿐아니라 산업 전분야에 대한 기술적
파급효과도 커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특히 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해선 필수적으로 육성시켜야 할
산업이다.

우리경제는 지금 불황이란 병을 앓고 있다.

불황일수록 공장자동화에 대한 투자는 더욱 중요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저와 고임금 등으로 국내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공장자동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관련기술의 경쟁력강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며 "고임금 구조를 타개하면서 가격 및 수출경쟁력을
회복하는 지름길은 공장자동화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이야말로 공장자동화 등 생산혁명을 통해 "소비감축-설비투자축소-
소득수준위축-소비감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