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차량소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기업들이 불경기로 올초부터 주차비 등 각종 차량지원비 지급을 중단한
데다 기름값인상 등으로 자가용을 끌기가 부담스러워진 "마이카 샐러리맨"
들이 승용차 대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양화대교나 청계고가 보수 등 대형 공사로 불편이 가중되면서 평소
이들 지역을 통과하던 차량들이 도심진입을 자제하는 것도 원활한 소통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공릉동에서 서울역 근처로 출퇴근하는 김재열씨는 "작년까지만해도
평균 1시간10분정도 잡았었는데 요즘은 40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태평로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손성희씨는 "노량진에서 출퇴근 시간이
작년보다 10분 가까이 단축돼 3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개인 택시운전기사인 박영호씨는 "시속 30km정도로 달리던 길이 요즘에는
최고 50km까지 달릴 수 있는 길이 많다"며 "특히 러시아워를 제외한 낮시간
에는 휴가철을 연상시킬 정도로 한가한 길도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동운수 소속 택시운전사인 김철웅씨는 "요즘 하루에 2백50km는 쉽게
뛸 수 있어 작년보다 운행거리가 평균 50km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심 교통난 해소의 일등 공신은 누구보다도 마이카에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수단을 바꾼 샐러리맨들이다.

이는 서울교통난의 상징이었던 "월요일 정체증"이 치유됐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월요일은 아침 회의를 하는 회사가 많아 아침 일찍 부터 차가 막히는 날
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월요일이라고 다른 날보다 더 막히는 법이 없다.

"작년에는 아침 일찍 열리는 회의 때문에 월요일엔 차를 몰고 나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월요일에도 거의 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H전자
영업1부 김수철대리)는 게 그 이유다.

실제 대기업들의 주차비.유류비 지원 중단과 기름값 인상 등으로 자가용을
끌고 나오는 샐러리맨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전자 김모대리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중 부장을
제외하고는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없다"며 "회사 전체로 봐도 최근
들어 승용차를 가진 사람중 절반 정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통관리실 관계자는 "차량운행대수나 도심통과속도 등을 정확하게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도심의 교통난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대중교통을 이용을 늘리는 것만이 교통난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입증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