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 아산공장 생산본부장인 이성근(56)전무의 8평 남짓한 사무실은
소규모 "복사기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68년 신도리코의 전신인 신도교역의
개발요원으로 입사한 뒤 30여년간 모은 5톤트럭 1대 분량의 기술 자료가
사방을 꽉 메우고 있다.

이 전무의 현장 철학은 방 분위기에서도 엿볼 수 있듯 한마디로
"유비무환"이다.

"불황은 불황에 닥쳐서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복사기의 경우 경기 사이클이 3년이라면 3년뒤를 미리 대비해야 (불황)
극복이 가능한 것이죠.

늘불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 불황 타개의 비결이라고 할까요"

단일 복사기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라인(1백8m)을 갖고 있는
아산공장은 오는 7월부터 3년간 56만대의 수출물량을 쏟아내게 된다.

일본미국 유럽등에 수출될 제품들로 국내 사무기 업체의 단일 물량으로는
최대규모이다.

수출에 대비한 라인 총점검으로 여념이 없는 이전무의 머리속은 또다시
3년 뒤를 그리고 있다.

< 아산=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