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빅뱅'] (4) '제조업체의 고민'..가전3사 동맹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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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식품업체인 K사는 최근 20여명의 직원을 명예퇴직시켰다.
이회사의 김사장은 "갈수록 심해지는 할인점등 유통업체의 가격인하요구에
맞추어 비용을 줄이자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할인점들이 가격인하 요구뿐만 아니라 공식 또는 비공식적
리베이트를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할인점은 심할 경우 매출액의 약10%를 각종 리베이트로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들의 이런 요구에 따를수 밖에 없다.
할인점에 공급하는 가격에 맞추기위해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자율 임금 땅값 물류비등 요소비용등에서 기업마음대로 줄일수 있는
선택의 폭은 매우 제한되어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할수없이 직원해고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존할수 밖에 없없다는게
김사장의 설명이다.
이같은 사례는 할인점의 등장과 가격파괴바람으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힘겨루기에서 제조업체가 이제 완전히 밀리고 있다는 증표로 받아들일만
하다.
가격결정의 주도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가는 추세다.
할인점인 분당E마트는 최근 남양분유의 "아기사랑"분유제품을 매장에서
모두 치워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E마트가 남양분유에서 정한 최저가격이하로 분유를
팔면서부터 발생했다.
남양분유는 최저가격을 9천8백원으로 정하고 모든거래업체에 이
가격이하로는 팔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최저가보상제를 선언한 분당E마트는 이가격보다 1천1백원이
싼 8천5백원에 이를 팔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된 남양분유는 E마트에 가격인상을 종용했으나 E마트는 이요청을
들어줄수 없다고 했다.
E마트측은 "남양분유가 앞으로 가격결정권을 넘겨주지 않으면 이회사의
모든 제품은 판매중단을 할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남양분유는 "우리 대리점가격과 갖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E마트만
싸게 팔면안된다"는 논리다.
대리점보호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대세는 기울어버렸다.
대형제조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대리점을 보호하기위해 할인점에 납품을 거부하기로 "동맹"을
맺었던 가전3사중 LG전자와 대우전자가 백기를 들고 납품을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고 있는 삼성전자도 할인점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대리점들이 장사가 잘 안되자 현금회전을 위해 가전제품을
자신들의 판매가보다 낮게 할인점에 넘기고 있다.
할인점들이 대리점보다 약간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자 다른
대리점들이 난리다.
대리점들에 공급한 물품이 할인점에 더싸게 흘러들어가자 제품번호추적
등을 통해 이 물건을 흘려보낸 대리점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있으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과거처럼 대리점에 큰 소리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리점들이 스스로 폐업하는 상황이라 그렇다.
대우전자는 올들어 1천1백3개의 대리점중에서 60개가 문을 닫았다.
LG전자도 1천7백개 대리점중에서 올들어 22개가 폐업을 했다.
다른 가전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리점체제를 스스로 포기하는 제조업체도 생기고 있다.
동서식품은 기존에 제조업체-대리점-중간도매상-소매상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로는 할인점가격에 맞춰 물건을 팔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전국의 슈퍼마켓을 대신해 구매해주는
공동구매사업에 동참, 할인점공급가격으로 슈퍼마켓에도 직거래하겠다는데
합의했다.
중간에 있는 대리점은 없어지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단순히 제조업체의 물건만 팔아주는 단계를 뛰어넘어
자체상표를 제조업체에 주문해 팔고 있다.
이른바 PB상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정장캐쥬얼 "샤데이"와 "트리니티"라는 여성정장은 이제
완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세말 상인자본이 제조자본을 키우던 중상주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
유통업우위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불황의 시기에 가격결정의 주도권을 유통업체에 넘겨줘야하는 제조업체들의
고민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상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
이회사의 김사장은 "갈수록 심해지는 할인점등 유통업체의 가격인하요구에
맞추어 비용을 줄이자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할인점들이 가격인하 요구뿐만 아니라 공식 또는 비공식적
리베이트를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할인점은 심할 경우 매출액의 약10%를 각종 리베이트로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들의 이런 요구에 따를수 밖에 없다.
할인점에 공급하는 가격에 맞추기위해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자율 임금 땅값 물류비등 요소비용등에서 기업마음대로 줄일수 있는
선택의 폭은 매우 제한되어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할수없이 직원해고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존할수 밖에 없없다는게
김사장의 설명이다.
이같은 사례는 할인점의 등장과 가격파괴바람으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힘겨루기에서 제조업체가 이제 완전히 밀리고 있다는 증표로 받아들일만
하다.
가격결정의 주도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가는 추세다.
할인점인 분당E마트는 최근 남양분유의 "아기사랑"분유제품을 매장에서
모두 치워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E마트가 남양분유에서 정한 최저가격이하로 분유를
팔면서부터 발생했다.
남양분유는 최저가격을 9천8백원으로 정하고 모든거래업체에 이
가격이하로는 팔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최저가보상제를 선언한 분당E마트는 이가격보다 1천1백원이
싼 8천5백원에 이를 팔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된 남양분유는 E마트에 가격인상을 종용했으나 E마트는 이요청을
들어줄수 없다고 했다.
E마트측은 "남양분유가 앞으로 가격결정권을 넘겨주지 않으면 이회사의
모든 제품은 판매중단을 할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남양분유는 "우리 대리점가격과 갖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E마트만
싸게 팔면안된다"는 논리다.
대리점보호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대세는 기울어버렸다.
대형제조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대리점을 보호하기위해 할인점에 납품을 거부하기로 "동맹"을
맺었던 가전3사중 LG전자와 대우전자가 백기를 들고 납품을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고 있는 삼성전자도 할인점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대리점들이 장사가 잘 안되자 현금회전을 위해 가전제품을
자신들의 판매가보다 낮게 할인점에 넘기고 있다.
할인점들이 대리점보다 약간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자 다른
대리점들이 난리다.
대리점들에 공급한 물품이 할인점에 더싸게 흘러들어가자 제품번호추적
등을 통해 이 물건을 흘려보낸 대리점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있으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과거처럼 대리점에 큰 소리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리점들이 스스로 폐업하는 상황이라 그렇다.
대우전자는 올들어 1천1백3개의 대리점중에서 60개가 문을 닫았다.
LG전자도 1천7백개 대리점중에서 올들어 22개가 폐업을 했다.
다른 가전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리점체제를 스스로 포기하는 제조업체도 생기고 있다.
동서식품은 기존에 제조업체-대리점-중간도매상-소매상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로는 할인점가격에 맞춰 물건을 팔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전국의 슈퍼마켓을 대신해 구매해주는
공동구매사업에 동참, 할인점공급가격으로 슈퍼마켓에도 직거래하겠다는데
합의했다.
중간에 있는 대리점은 없어지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단순히 제조업체의 물건만 팔아주는 단계를 뛰어넘어
자체상표를 제조업체에 주문해 팔고 있다.
이른바 PB상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정장캐쥬얼 "샤데이"와 "트리니티"라는 여성정장은 이제
완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세말 상인자본이 제조자본을 키우던 중상주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
유통업우위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불황의 시기에 가격결정의 주도권을 유통업체에 넘겨줘야하는 제조업체들의
고민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상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