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보전이냐, 규제완화냐"

서울시가 풍치지구와 주택재개발구역지정과 관련한 시조례 개정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문제의 발단은 시의회가 지난주 본회의에서 "풍치지구내에 아파트를
지을수 없다"라는 시건축조례안과 도시재개발사업조례에 있는 "주택
재개발구역을 지정하기전에 자연녹지지역 등을 미리 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야한다"는 조항 삭제건 때문.

이 두가지 조례는 지난주 시의회에서 의원입법으로 개정된 것이지만
시측에서는 녹지훼손우려를 들어 조례공포를 주저하고 있다.

특히 현재 건폐율 50%, 층수 5층이하 단독주택을 지을수 있는 오류 및
시흥 풍치지구 일대 같은 경우에는 5층짜리 저층아파트 건립이 허용되면
풍치지구 지정 목적이 사실상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이같이 규제가 완화되면 서울시내에 있는 다른 풍치지구에서도
비슷한 민원이 물밀듯 몰릴 것이 뻔하다는게 시의 고민이다.

또 시는 의회가 도시재개발사업조례를 주택재개발구역지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한 데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녹지지역을 쉽게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면 녹지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구역지정 요구로 자연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개정되면 땅브로커나 재개발업자들이 재개발구역지정이
불확실한 녹지지역을 대상으로 투기붐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아 일반시민의
피해도 예상된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시의 반발에 대해 시의회는 "대선" 등 민감한 정치현안을 눈앞에
둔 시가 책임행정을 펼치지 못하고 "복지부동"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서울시내 전체 풍치지구에 대한 정비계획을 시가 마련해 놓은
상태에서도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것도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류 시흥지구에 대한 규제완화를 시의회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한 것도
이런 점에서라고 말한다.

주택재개발지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의회는 강경한
입장이다.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하기전에 자연녹지 등을 주거지역으로 변경토록한
현행 조례는 사업추진기간이 길고 행정력 낭비가 심하기 때문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호 시의원은 "주택재개발구역을 지정하는 것과 동시에 녹지지역을
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밟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녹지훼손의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8일 시조례규칙심의회를 열고 이 두가지 조례개정안을 공포할
것인가,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것인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시가 의회와의 관계를 고려해 규제를 완화할 것인지, 녹지보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힘겨루기에 나설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