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개혁 시기와 이해대립 .. 최명주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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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족한지 만 넉달이 되는 금융개혁위원회가 단기과제에 이어 중기과제
추진방안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과제는 금융기관 업무영역의 확대, 해외금융의 활성화와 은행지배
구조의 개선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었는데, 하나 하나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중기과제는 금융기관 진입규제완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원활화, 중앙
은행과 금융감독체계개선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데 그 추진방안의 골격이 알려지면서 개혁의 시기와 당사자간 이해
대립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결론적으로 개혁에 관한 이론과 경험에 비추어 금융개혁의 시기는 지금이
적기이고, 당사자간 견해차이는 개혁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
임을 우선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시기로 지금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크게 세가지 정도인 듯 하다.
첫째로, 금융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중차대한 금융개혁작업을 현 정부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므로 차기정권
으로 넘겨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금융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정치일정에 맞추어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당면한 현안과제가 되어 있다.
OECD의 자본자유화 규약을 준수해야 하고, WTO의 금융서비스 개방의무사항
도 지켜야 하는 등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이 불과 1년반 앞인 명년말로
성큼 다가서 있다.
한보사태로 우리금융의 후진성의 일면이 드러났듯이 이대로 가서는 가만히
앉아서 외국금융에 의해 지배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 정부 힘이 약화되는 정권말기에 금융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금융개혁을 강력한 정부의 주도로 힘차게 밀어
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관련된 당사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지 않은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강력한 주도하의 금융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힘이 약해져 있다면 오히려 지금이 자생적인 성공적 개혁에
적합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셋째로, 금융개혁이 금융계에 불안감을 조성하여 연말 대선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듯 하다.
정부 여당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각종 개혁이 국민적 지지를 크게 얻지
못한 것은 개혁논의를 거창하게 시작한데 비하여 그 실행과 마무리가 미숙
했던 데 주요원인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금융개혁도 거창하게 시작만하고 실행을 미루게 되면, 국민들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오히려 회복불능의
상태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중기 개혁과제의 핵심 추진사항은 금융기관 진입장벽을 낮추고
금융기관간 인수합병을 활성화하며 금융정보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등 금융의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후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우리
금융을 정상화, 선진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데 금융권 감독과 통화신용정책의 관할권을 둘러싼 관련 당사자들간의
이해대립과 금융개혁 시기에 관한 정치적 고려를 둘러싼 견해대립 문제가
유독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이해대립과 견해대립으로 "국정이 표류" "금융개혁 실종" 등의
소리가 드높아, 중기금융개혁과제를 실은 배가 예기치 못한 큰 암초에
부딪쳐 난파지경에 놓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금융개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개혁은 이해관계의 변화를 수반하게
되는데, 대체로 개혁으로 인해 독을 보는 측은 다수이고 손실을 입는 측은
소수이다.
집단이익 추구의 원리에 의하면 소수로 구성된 집단이 다수집단에 비하여
훨씬 강도 높은 이익추구행동을 하게된다.
다수로 구성된 집단에는 집단이익 추구과정에서 무임승차 문제 등이 수반
되고 조직화가 어려워 공동 이익추구행동이 어려운 것이다.
개혁에 대한 소수집단의 강력하고 효과적인 저항으로 인하여 개혁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현상유지경향이 지배하는 것은 경제개혁이론가인
다니로디릭의 주장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간다.
그리고, 개혁방안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와 입장의 표출은 소모적인 마찰
이나 불협화음이라기 보다도 개혁의 입안과 실행이라는 연속된 개혁과정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
금융개혁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금융수요자, 공급자와 규제당국 등 여러
당사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밝히며 협의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거침으로서
이들이 개혁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관련되는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금융개혁의 성공적 실행에 핵심
요건이 된다.
요컨대, 금융개혁을 둘러싼 견해차이는 개혁과정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중기금융개혁 추진방안을 마련한 금융개혁위원회가 국민다수에게 그
방안의 핵심내용에 관하여 정확하게 홍보하고 관련 당사자에 대하여 적극적
으로 이해시킴으로써 개혁과정에로의 동참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금융개혁은 더 이상 미를 수 없는 시점에 와 있고, 경제적 정치적
측면에서도 지금이 그 실행의 최적기라고 생각된다.
금융과 관련된 국제규범에 맞추어 국내 금융관련 규범을 고쳐야 하는 이
시점에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개혁에 따른 적응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우리의 낙후된 금융실상의 심각성과 금융시장 대외개방의 촉박한 일정이
우리에게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
추진방안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과제는 금융기관 업무영역의 확대, 해외금융의 활성화와 은행지배
구조의 개선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었는데, 하나 하나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중기과제는 금융기관 진입규제완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원활화, 중앙
은행과 금융감독체계개선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데 그 추진방안의 골격이 알려지면서 개혁의 시기와 당사자간 이해
대립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결론적으로 개혁에 관한 이론과 경험에 비추어 금융개혁의 시기는 지금이
적기이고, 당사자간 견해차이는 개혁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
임을 우선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시기로 지금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크게 세가지 정도인 듯 하다.
첫째로, 금융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중차대한 금융개혁작업을 현 정부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므로 차기정권
으로 넘겨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금융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정치일정에 맞추어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당면한 현안과제가 되어 있다.
OECD의 자본자유화 규약을 준수해야 하고, WTO의 금융서비스 개방의무사항
도 지켜야 하는 등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이 불과 1년반 앞인 명년말로
성큼 다가서 있다.
한보사태로 우리금융의 후진성의 일면이 드러났듯이 이대로 가서는 가만히
앉아서 외국금융에 의해 지배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 정부 힘이 약화되는 정권말기에 금융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금융개혁을 강력한 정부의 주도로 힘차게 밀어
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관련된 당사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지 않은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강력한 주도하의 금융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힘이 약해져 있다면 오히려 지금이 자생적인 성공적 개혁에
적합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셋째로, 금융개혁이 금융계에 불안감을 조성하여 연말 대선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듯 하다.
정부 여당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각종 개혁이 국민적 지지를 크게 얻지
못한 것은 개혁논의를 거창하게 시작한데 비하여 그 실행과 마무리가 미숙
했던 데 주요원인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금융개혁도 거창하게 시작만하고 실행을 미루게 되면, 국민들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오히려 회복불능의
상태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중기 개혁과제의 핵심 추진사항은 금융기관 진입장벽을 낮추고
금융기관간 인수합병을 활성화하며 금융정보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등 금융의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후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우리
금융을 정상화, 선진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데 금융권 감독과 통화신용정책의 관할권을 둘러싼 관련 당사자들간의
이해대립과 금융개혁 시기에 관한 정치적 고려를 둘러싼 견해대립 문제가
유독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이해대립과 견해대립으로 "국정이 표류" "금융개혁 실종" 등의
소리가 드높아, 중기금융개혁과제를 실은 배가 예기치 못한 큰 암초에
부딪쳐 난파지경에 놓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금융개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개혁은 이해관계의 변화를 수반하게
되는데, 대체로 개혁으로 인해 독을 보는 측은 다수이고 손실을 입는 측은
소수이다.
집단이익 추구의 원리에 의하면 소수로 구성된 집단이 다수집단에 비하여
훨씬 강도 높은 이익추구행동을 하게된다.
다수로 구성된 집단에는 집단이익 추구과정에서 무임승차 문제 등이 수반
되고 조직화가 어려워 공동 이익추구행동이 어려운 것이다.
개혁에 대한 소수집단의 강력하고 효과적인 저항으로 인하여 개혁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현상유지경향이 지배하는 것은 경제개혁이론가인
다니로디릭의 주장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간다.
그리고, 개혁방안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와 입장의 표출은 소모적인 마찰
이나 불협화음이라기 보다도 개혁의 입안과 실행이라는 연속된 개혁과정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
금융개혁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금융수요자, 공급자와 규제당국 등 여러
당사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밝히며 협의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거침으로서
이들이 개혁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관련되는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금융개혁의 성공적 실행에 핵심
요건이 된다.
요컨대, 금융개혁을 둘러싼 견해차이는 개혁과정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중기금융개혁 추진방안을 마련한 금융개혁위원회가 국민다수에게 그
방안의 핵심내용에 관하여 정확하게 홍보하고 관련 당사자에 대하여 적극적
으로 이해시킴으로써 개혁과정에로의 동참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금융개혁은 더 이상 미를 수 없는 시점에 와 있고, 경제적 정치적
측면에서도 지금이 그 실행의 최적기라고 생각된다.
금융과 관련된 국제규범에 맞추어 국내 금융관련 규범을 고쳐야 하는 이
시점에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개혁에 따른 적응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우리의 낙후된 금융실상의 심각성과 금융시장 대외개방의 촉박한 일정이
우리에게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