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그림이 달라지고 있다.

특성없이 산만하게 들어서있던 개별점포들이 타깃층에 따라 재편되면서
"패밀리패션 스트리트" "영에이지 스트리트" 등으로 거리별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직은 파리의 "생 트노레"나 런던의 "나이트브리지", 로마의 "비아티
콘도티" 등과 비교할 정도로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취급상품과 타깃층의
거리별 차별화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명동의 변화는 땅값 상승을 배경으로 한다.

과거 한국의 패션을 선도했던 노(NO)브랜드점포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감당못해 외곽으로 밀리고 그 자리를 유명 메이커의
패션전문점이나 멀티숍이 차고 앉으면서 구조재편은 시작됐다.

땅값이 비싼 중앙로는 유명메이커의 고급브랜드, 이면도로와 골목길은
중저가 브랜드 노브랜드 보세상가가 각각 차지하는 식이다.

현재 명동의 거리는 "패밀리 쇼핑스트리트"와 "영에이지 패션스트리트"로
크게 구분된다.

명동상우회의 김재훈 부장은 "명동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며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가 구획에 따라 "패밀리 쇼핑
스트리트"와 "영에이지 패션스트리트"로 나눠지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중앙로와 사보이호텔~충무로 거리가 이른바 "패밀리 쇼핑 스트리트"고
중앙로와 평행선을 그리는 2개의 이면도로가 "영에이지 패션스트리트"라는
설명이다.

중앙로과 사보이호텔~충무로가 맞닿아 T자를 이루는 "패밀리 쇼핑스트리트"
에는 명동의 반세기 터줏대감인 제화를 위시해 신사.숙녀복 전문점, 메세지
도어즈 엔비 DKNY 등 멀티숍, 패션업체의 대형패션몰, 패션잡화점 등이
자리를 틀고 있다.

명동중앙로를 따라 형성됐던 "제화거리"의 수제화 점포는 대부분 종적을
감췄다.

"유투존"과 같은 신세대 패션전문점도 일부 있긴 하나 대부분 젊은층에서
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가족단위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점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패밀리쇼핑 스트리트"라고 부른다.

패밀리쇼핑 스트리트를 형성하고 있는 점포들의 또다른 특징은 상당수가
안테나숍이라는 점.

패밀리쇼핑 스트리트에 대형 점포를 개설한 유명 의류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명동의 유동인구가 하루 1백만명을 넘는다해도 대부분 아이쇼핑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임대료를 건지기 쉽지 않다"며 "중앙로의 대형점은 대부분
점포 자체의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는 안테나숍"이라고 밝혔다.

제품의 홍보와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점포를
연다는 설명이다.

중앙로의 명동성당쪽 이면도로는 중저가 점포들이 주로 포진한 "영에이지
패션스트리트"이다.

이들 점포의 주타깃은 10대후반~20중반의 신세대.

옴파로스 유니온베이 조이너스 꼼빠니아 캐스캐이드 빌리지 카스피 마르조
CC클럽등 중저가브랜드 점포가 즐비하다.

여기에는 이외에도 GV2 보이런던 닉스 페레 제임스딘등 진전문점과 드라마
빌리지등 멀티숍이 있다.

같은 영에이지패션 스트리트지만 반대편 이면도로는 일명 "보세거리"로
성당쪽과 성격이 다르다.

명동의 옛정취를 엿볼수 있는 이 거리에는 노브랜드 점포가 들어차 있다.

최근들어 보세점포들 사이로 신세대 멀티숍 "브이-익스체인지" 등 브랜드
점포가 비집고 들어 왔지만 노브랜드점포가 여전히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상품은 노브랜드 의류와 패션잡화이며 주요타깃은 10대후반~20대초반
여성이다.

이 곳에는 명동 중앙로에서 밀려난 수제화 점포들도 일부 자리를 잡고 있다.

오후 7시이후 노점상이 하나둘씩 나타나는 것도 이 거리의 특징.

노점상등들은 몇백원에서부터 몇천원하는 배꼽티 반팔셔츠 액세서리등을
주로 취급한다.

명동은 이같은 거리별 전문화와 함께 압구정동등에 빼앗겼던 패션1번지로서
의 명성을 서서히 회복해가고 있다.

유투존의 한 관계자는 "강남등 부도심권 상가에서는 개별점포들이 독립적
으로 장사를 하지만 명동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점포"라며 "패션복합
단지로서 개별점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내는 명동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명동이 세계적 패션거리로 커나가기위해서는 대형점포 중심의 재편
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점포 위주의 패밀리쇼핑 스트리트가 형성됨으로써 10대후반~20대초반의
여성에게 집중된 좁은 타깃층이 넓어지는 추세이긴하나 지나치게 획일화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

명동의 한 영세점포사장은 "명동이 대기업들의 대형패션몰중심으로 재편
되면서 상가의 개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