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보 관련 임원들의 행장 선임에 제동을 걸고 나와 외환은행 등
행장 자리가 비게되는 은행의 후임인사를 둘러싸고 한바탕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은행계는 은행장에 외부인사가 입성할 경우 이는 외압과 관치 금융의 부활을
의미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감독원의 한보 관련 문책 인사가 불과 두달여만에 정부에 의해
완전히 부인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감원 특검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정경제원은 최근 한보사태와 관련해 문책을 받은
임원에 대해서는 행장 승진 등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은행감독원을
통해 해당은행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미 사임을 표명한 장명선 외환은행장 후임에는 외부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후임행장으로는 홍세표 한미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홍행장은 28일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자신이 외환은행장으로 옮겨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장 후보로는 홍희흠 전 대구은행장도 거론되고 있으나 홍한미은행장
이 사실상 내정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에는 박준환 조성진 전무가 주로 물망에 올라있었는데 이들은 은감원
특검결과 주의촉구와 주의경고 문책을 받아 대상권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장만화 서울은행장이 강경하게 사임을 거부하고
있으나 검찰의 의지가 의외로 강한 편이어서 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장행장이 물러날 경우 한보사태와 관련, 전무 재직시 주의적 경고를 받은
장철훈 조흥은행장의 거취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사의를 표명한 김시형 산업은행 총재 후임에 김영태
담배인삼공사 사장을 내정한바 있다.

한편,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위원장 추원서)은 27일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난데 이어 28일 은감원장을 면담, "서울은행장에 대한 사퇴압력을 철회하고
외환은행장 후임인사에서 관선인사를 배격하라"고 주장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