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0일은 두번째로 맞는 바다의 날이다.

1년전 해양수산부 출범과 함께 바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우리나라가 나아갈 새로운 이정표를 바다를 향하여 세워보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바다의 날이다.

우리는 21C에 세계의 경제 중심지가 동북아가 될 것이라는 신념아래
동북아 지역의 경제권을 긴밀하게 엮고 외부 경제지역과의 긴밀한
교통요지가 될 수 있는 지경학적인 면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되어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물류 중심국가로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중요 물류기반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만 하더라도 영종도
인천 국제공항에 5조원, 부산 가덕도 신항만 건설에 5조원, 광양항 건설에
3조원 등이 투자되고 있다.

오늘날의 공항이나 항만은 그 자체의 시설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항만과 연계되어 내륙지방의 소비지나 생산지에 효율적으로
연계되어지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이외의 인접국가인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에까지도
배송해주는 물류거점 역할을 우리 항만이 하기 위해서는 참으로 껍질을 벗는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21C에는 세계 최우량 기업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하던 많은 대기업들이
도산해서 없어지거나 도산의 문턱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실이다.

흔들리고 있기는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동북아의 물류중심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에는 물리적 시설이외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운영능력과 마케팅 능력이 갖추어져야 한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율이라는 경영의 기본개념이 모든 사회간접자본
시설 투자에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기존의 항만시설이 노후화돼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덕도 신항의 컨테이너항만과 광양항의 컨테이너 항만은 중복투자라는
지적이 많다.

이들 두항의 역할 분담론이 사용자인 선사들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탁상공론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영종도 인천 국제공항과 기존 김포국제공항의 역할분담보다도
더 골치 아픈 현안이 되고 있다.

현재의 항만개발은 그 동안의 우리의 경제성장에 따른 물동량 증가에
기반을 둔 예측아래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상품의 구조가 과거의 부피 큰 섬유류나 전자제품, 신발류
등에서 벗어나 부피가 작고 단위당 가치가 큰 반도체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하고 있다.

수출대상 품목도 선박, 자동차, 철강, 화학제품등 전용항만을 필요로 하는
제품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항만개발을 완료할 경우 상당한
유휴시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도 우리나라 화물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로의
연계화물운송을 위한 동북아 물류중심국가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부산항에서 LA까지의 20 feet 컨테이너운송비용이 80만원정도인데
경인지역에서 부산까지의 육상운송비용이 40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런 연계내륙운송 시스템을 가지고서 동북아 물류중심국가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

외국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리 물류시스템이 만들어 주는
부가가치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이는 물류 코스트와 물류 서비스의
질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근 어느나라 항만, 공항보다도 월등히 우월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치 이태리 항구에 하역되어 스위스로 배송되는 화물보다 로테르담
항에 하역되어 스위스로 배송되는 화물이 더욱 저렴하고 안전하게 신속히
배송되는 것처럼 우리의 물류시스템도 압도적으로 효율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서해안 고속도로등 U자의 국토관통도로망과
U자 철도망 건설에 있어서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율성이 만들어질수
있어야 하며 국내뿐 아니라 북한을 통한 중국철도와 러시아 철도와 연결될수
있는 기반시설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류시설 기반은 국가가 주도로하여 건설되어야 하겠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민간 운영이 주체가 되어 상업정신에 기반을 둔 효율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과도한 투자가 소요되고 투자에 대한 자본 회수비율이 낮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물류산업은 초반의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인근 경쟁 항만을
제압해야지만 인근 항만의 개발 의욕을 좌절 시키고 우리 항만이나 공항에
물류산업을 종속시킬수가 있는 것이다.

EU와 NAFT와 같은 경제 블록화가 동북아에서 결성된다면 이는 일본의
자본력과 기술력, 중국의 노동력과 잠재 시장력 그리고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의 천연가스를 비롯한 천연자원력을 결합시켜 어느 경제 블록보다도
이상적인 경제결합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블록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제압할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지리 경제학적으로 중심위치에 있는 잇점을 살리어 이 블록안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의 구축으로 이 역내 경쟁력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물류산업이야 말로 21C의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다.

금번 바다의 날에는 국민들에게 이 중요성을 깨우쳐 주어야만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