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장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자 금융계는 "금융
대학살"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외환 한미 서울 등 일부은행장 거취문제는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전혀 없는 가운데 불과 며칠만에 사실상 공식화되는 분위기.

정부는 "내정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으나 청와대와 재정경제원
관계자들은 수시로 이들의 거취를 얘기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특히 강만수 재경원차관은 일부 은행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정사실을
통보해 주기도 한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력과 은행장간의 은밀한 관계가 한보비리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데 정부는 한보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모양"
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계에선 이번사태로 강경식 부총리의 개혁의지가 퇴색했다고 지적
하고 있다.

강 부총리는 지난 23일 40여개 종금사및 할부금융사 대표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어음을 계속 돌릴 경우 특검을 통해 엄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제2금융권으로부터 크게 빈축을 샀었다.

종금사들은 당시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힌 강 부총리가
어떻게 그런 "정책"을 내놓을수 있느냐"며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이라고
비난했었다.

일부에서는 재경원이 왜 그동안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반대해 왔지를
알겠다며 금융감독기능을 장악하려는 숨은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
하기도.

<>.정부가 한보와 관련된 인물에 대해 "승진불가" 입장을 통보한 것에
대해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은행감독원은 지난 2월 한보관련 은행들에 대한 특별검사를 통해 장만화
서울은행장, 박준환 외환은행 전무 등에겐 주의촉구 조치를 내렸다.

이를두고 은행들은 은감원이 모양갖추기 차원에서 끼워넣기식의 징계를
한 것으로 해석했었다.

그러나 주의촉구란 은행감독원 징계기준에도 없는 것이며 주의적 경고
이상이 되어야 문책의 범위에 포함되게 돼있다.

서울은행은 "한보특검결과 문책도 받지 않았는데 왜 이제와서 다시 징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박 전무도 당시 은감원 특검결과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으며 최근에도 주의촉구를 이유로 승진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홍세표 한미은행장이 외환은행장에 "내정"된 것을 놓고 일부 외환은행
비상임이사들은 "사전에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비상임이사의 역할에
관해 심각한 회의를 느끼는 듯했다.

외환은행 김태진 비상임이사는 "시중은행장은 비상임이사들이 뽑게 돼
있는데 어떻게 누가 그를 내정했는지 모르겠다"며 "비상임이사들간에 사전
조율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치금융이란 비난여론과 비상임이사가 허수아비가 아니냐는 외부
지적앞에 무력할수 밖에 없는 현실이 한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은행장 선임을 비상임이사들 자율에 맡겼으면
30일에도 후보추천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 비상임이사들의
비자율적 행태가 이같은 사태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