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3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치개혁이 정치권의 근시안적
당리당략으로 좌초된다면 불가피하게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김대통령이 말한 "중대결심"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은 우선 김대통령이 선거방식 개선 정치자금투명화 선거공영제 확립
등을 지적하면서 "중대 결심"을 언급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현행대로 15대 대선을 치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여야가 원만하게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인위적이고도 강력한 방법을 동원,
혁파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치권이 지금까지 잘못된 관행과 제도
에서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장래를 위해 헌법이
보장한 범위내의 모든 일을 할 것이라는 의사표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대결심의 내용에는 종전의 고비용정치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관련 법률 개정때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국회 개정법률안이 대통령의
기대에 못미치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중대결심은 국회차원의 정치개혁안이
좌절될 경우 단행된다는 전제조건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국회에서의 정치개혁안 입안이 좌초되면
헌법 72조에 따라 국민여론을 수렴한 대선제도개혁안을 독자적으로 입안,
이를 국민투표에 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통령이 담화에서 "지금의 선거제도와 관행을 고치지 않고 대선에
임했을 때 온나라가 대선자금시비에 휘말리고 급기야는 "국가안위"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 대목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은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는
헌법 72조 조항과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은 이와 함께 김대통령은 정치개혁안이 좌절될 경우 이는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런 김종필 총재로 대표되는 "양김정치"의 구시대 정치풍토에서
비롯됐다고 간주, 구시대 정치풍토 청산과 선거혁신을 위한 정치적 단안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당리당략만 쫓는 정치권이 정치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되면 극단적으로 정치권 재편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금융실명제 긴급명령같은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고 대통령 사퇴와
함께 권력구조 개편 헌법개정같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