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성악계는 마리아 칼라스와 레나타 테발디라는 두 여신이
지배하던 "소프라노의 시대"라면 80년대이후 지금까지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등 걸출한 3명의 스타가 이끄는 "테너의
시대".

이른바 "빅 쓰리 테너"는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위세를 떨치지만
세월의 시기를 받아 차츰 밝고 높게 빛나던 고음의 광택을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뒤를 이어 21세기 성악계를 주도할 세력은?

음악계에서는두텁고 편안하게 푸근한 정감으로 노래하는 "바리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라프 베어,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브라인 터펠, 토마스 햄프슨등
탄탄한 실력과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소장파 바리톤군단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기 때문.

이들 가운데 토마스 햄프슨과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음악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음반이 각각 출시됐다.

창립 1백주년을 맞은 EMI가 햄프슨을 "올해의 연주가"로 선정해 내놓은
"베스트 오브 토마스 햄프슨"과 폴리그램이 최근 열린 흐보로스토프스키의
내한공연 직후 준비해 출시한 "드미트리"가 그것.

미국출신의 햄프슨(41)은 "황제의 목소리"라는 별명처럼 기품있고 우아한
소리로 정평이 나 있다.

바로크곡에서 오페라 뮤지컬 리트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흐보로스토프스키(35)는 지난 89년 카디프 국제성악콩쿠르에서 브라인
터펠을 누르고 1등을 차지해 주목받은 러시아출신의 리릭 바리톤.

표현력과 해석이 잘 어우러진 천부적인 가수로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가진
성악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나온 두 음반은 각자의 음악적 면모를 총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종합판.

로시니 "나는 제일가는 이발사"(세빌리아의 이발사), 차이코프스키
"이것이 그 타티아나인가"(예프게니 오게닌), 베르디 "듣거라 카를로여"
(돈 카를로)등 바리톤의 대표적인 아리아가 공통으로 실려 있다.

이밖에 햄프슨은 포스터 "금발의 제니" "꽃밭에서"등 미국민요,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러시아민요 "감은 눈동자" "조그만 상자"등을 각자
특유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들려준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