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집단및 상장.장외시장 등록법인 등에 대한 "초과차입금 이자손금
불인정제" 도입방침은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기업의 과다한 차입을 막겠다
는 정부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과다한 빚이 요즘같은 불경기때 무더기 부도의 원인이 되고 있고 엄청난
금융비용 부담도 바로 빚에서 비롯된다는게 정부의 인식이다.

빚을 얻어 빚을 갚다가 끝내 쓰러지는 악순환을 단절시키겠다는 뜻이다.

현 정권이 대선을 앞두고 일종의 "기업때리기"로 받아들여질수 있는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은 추론이 어렵지 않다.

이미 부도가 난 한보.삼미그룹및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으로 몰린 대농과
진로그룹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국내 기업들의 외부차입 의존도는 경쟁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같이 차입경영이 일상화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그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투자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높아 남의 돈을 많이 쓸수록 쉽게 돈을 벌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기업가 입장에서 원체 자기자본이 적었던데다 증자보다는 차입이 절세
효과가 컸다는 점도 또 하나의 동기가 됐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총체적인 불황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차입경영 신화는
막을 내리게 됐다.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로 빚을 갚기 위해 다른 빚을 얻었던 일부 한계기업들
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재경원은 이를 감안, 자기자본에 비해 지나치게 빚이 많은 기업에는 세제상
의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만성적인 자금 초과수요 현상을 진정시키지 못할 경우 경쟁국 수준으로의
금리 인하도 요원하다는 점도 감안됐다.

특히 계열사간 지급보증 일반화로 주력기업의 붕괴가 다른 계열사의 동반
멸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기업집단의 경우 계열사간 채무보증도 차입금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문어발식 경영의 소지를 낳았던 계열사간 무분별한 채무보증
행태도 상당부분 억제되게 됐다.

문제는 이미 체질화된 빚을 일시에 빼도록 할 경우 충격이 크리라는 점이다.

재경원은 기업이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증자및 대출금 상환 등에 나설수
있도록 1~2년의 유예기간을 둘 방침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99년부터 전체 차입금중 차입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지급한 이자는 비용에서 제외된다.

시행 초기에는 기준도 가급적이면 느슨하게 해 무리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경제계에서는 제도 도입의 원론적 타당성은 동감하지만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서는 업종별 특성 등을 감안, 차입금 배수를 결정하는 등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제도 시행이 어차히 세수 증대가 목적이 아닌 만큼 기업들이 제대로
적응할수 있도록 해야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