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우편 전자결재 등 PC통신망을 이용한 업무처리가 보편화되면서
오피스문화가 변하고 있다.

비밀대화는 늘고 공개대화는 줄어드는 "대화의 이중성"이 PC통신 시대의
새로운 사무실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

전자우편을 이용해 은밀한 대화를 즐기는 "사내 커플"이 많아지는 한편
동료나 상하직원간에 눈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시간은 대폭 줄어들고
있는 게 요즘 사무실의 풍경이다.

LG전자 홍보실 해외영업담당 정모과장은 최근 부하직원인 이모씨와
결혼했다.

정과장은 대졸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이씨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프로포즈할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사내에서 더구나 상사로서 공개적으로 프로포즈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게 뻔해서다.

이같은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전자메일.

정과장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PC를 통해 전달했다.

OK라는 응답 역시 PC를 통해 들어왔다.

그후 두사람에게 PC는 훌륭한 "사랑의 우체부"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결혼에 골인했다.

"PC통신을 이용할 경우 대화의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내커플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다"고 LG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신세대에겐 PC를 통한 "밀어 속삭이기"가
자주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반대로 대화의 단절도 생겨나고 있다.

상사의 책상앞에 서서 결재를 기다리는 모습 대신 전자결재로 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상하간에 대화가 줄어들고 있는 것.

또 동료간에도 해야 할 말만 전자메일에 남기는 경우가 많아 동료애가
과거와는 달리 줄어들고 있다.

LG전자 박모대리는 "윗사람이란 항상 조심스럽게 마련인데 직접 마주보지
않고 PC를 통해 결재를 받는 게 훨씬 스트레스가 적어 신세대 일수록
전자결재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C를 사용하는 한 이같은 흐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사내커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직원 상하간 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