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1997.06.02 00:00
수정1997.06.02 00:00
그대 어깨에 꽂히던 가을 햇살 몇 낱
허물어진 들판에 묻어두고서
바람 앞에 주리를 틀려도 웃는 삭신
우리는 목이 마르다
저무는 강가에 오는 조선 사내의 성긴 울음
아직도 남아
저리 맑은 물빛으로 남아
혼자 수군거리는 들녘
사람들아,
우리를 상하게 하는 건 헤어짐이 아니라
논배미 끝에 매어둔 그리움이 아니더냐
이제 가자
젖은 논에 한 발 담그고
앙금발로 서서
시집 "여수일지"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