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휴대폰시장을 잡아라"

모토로라 노키아 에릭슨등 세계적인 휴대폰메이커들이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시장공략을 위한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아시아인들의 입맛에 맞는 디자인과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 판매전에 맨 먼저 불을 댕긴 건 노키아.

최근 페카 알라 피에틸라 노키아사장은 "오는 7월쯤 아시아소비자들만을
위한 최초의 "아시아형" 휴대폰을 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키아 3810"으로 불리는 이 휴대폰은 한자, 인도네시아어, 말레이시아어,
태국어등 4개국 언어로 문자표시가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지금까지 영어로만 표시되던 기존 휴대폰에 익숙치않은 현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나이겔 리치필드 노키아 아시아지역부사장은 "노키아 3810은 이들 4개국
언어로 문자표시가 가능한 업계 최초의 아시아형제품"이라며 "이처럼
소비자를 세심히 배려하는 마케팅전략은 이 지역시장개척에서 노키아가 한
수위에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한다.

노키아는 또 이 휴대폰의 문자표시화면을 기존 제품보다 크게 만들었다.

이제 휴대폰은 단순한 통화기능외에 증권시세나 뉴스등 다양한 문자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최대 휴대폰메이커인 모토로라도 이미 세계최소형 휴대폰 "스타택"을
선보이면서 아시아시장공략에 발벗고 나섰다.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택은 남들과 차별화를 통해 튀고 싶어하는
휴대폰사용자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경박단소의 대명사인 스타택은 전지무게를 포함해 88g으로 매우 가볍기
때문에 휴대가 간편한게 최대 장점.

론 토마스 모토로라 아시아지역 부사장은 "아시아는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며 "스타택 외에 다양한 신제품개발을 통해 이 지역에서 선두자리
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슨도 모토로라 스타택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손바닥크기의 "GH788"
모델을 내놓으며 시장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에릭슨은 올해 휴대폰판매목표를 4천만대로 잡고 있다.

전체 판매목표 1억대중 40%가 이 지역에 집중될 전망이다.

리사 존슨 에릭슨 아시아지역 마케팅책임자는 "지난해 디지털휴대폰시장
점유율은 최소 3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며 "올해는 아시아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디지털제품을 개발해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형메이커들이 벌이고 있는 3파전에 일본 유럽 미국 등지 중소형
업체들도 가세하고 있어 아시아는 휴대폰메이커들의 치열한 판매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처럼 휴대폰메이커들이 아시아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무엇보다 이
지역의 휴대폰 가입자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의 통신시장개방협상타결로 통신서비스료가 대폭
인하돼 과거 특정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휴대폰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전반적인 소득증가도 한 몫하고 있는 셈.

업계전문가들은 오는 2001년쯤 이 지역의 휴대폰 가입자수가 1억8천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세계시장의 4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김수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