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 급기야 가상묘지가 등장했다.

3백96년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히로시마의 불교사찰 간논-인(관음원)은
최근 인터넷상에 "사이버 묘지"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이 가상묘지에는 돌아가신 분들의 컬러 사진과 약력을 올리게 되어 있다.

고인이 그리워지면 언제라도 컴퓨터를 켜고 사이버 묘지를 방문하면 된다.

성묘를 위해 굳이 멀리 떨어진 묘소나 위패를 모신 사찰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사찰측은 사이버 묘지가 바쁜 현대인들이 부모의 묘소를 자주 찾지 못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을 덜어줄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안그래도 조상의 위패를 모셔놓은 사찰들이 사찰보수비를 요구하는 등
신도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 묘지는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성묘시간도 절약하고 사찰과 부대낄 필요도 없다는 사실에 솔깃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묘소를 찾는 시간을 아끼려 컴퓨터 앞에서 머리를 숙이는 것이
조상들에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닐 듯 하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