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크린룸 설비업체인 삼우내외산업 정규수 사장.

지난 70년 국내 처음으로 이동식 경량칸막이 개발을 시작으로 반도체 크린룸
설비 내외장재를 국산화 개발하는 등 건축 내외장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경영인이다.

올해 매출 8백억원을 돌파하는 삼우내외산업은 9년 연속 의장사업부문 도급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반도체 크린룸을 비롯 병원 제약공장 등 특수
설비 내장에서 일반 사무실의 경량 칸막이 내외장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사장의 사업 인생에는 두번에 걸친 오일쇼크가 큰 계기를 이룬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인 70년 불어닥친 1차 오일쇼크로 취직이 안된 그는
대학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소일했다.

심심풀이로 보던 일본 잡지에서 패널 내부를 벌집모양으로 만든 경량칸막이
광고를 보고 이 제품의 사업성을 직감한 정사장은 개발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기술 부족으로 벌집모양 대신 격자모양의 구조밖에 만들수 없었다.

그나마 팔리지 않았다.

사업을 때려치울까 생각하다 대학 은사가 건자재 사업은 5년을 버텨야
한다는 말에 힘을 얻어 기술개발을 계속했다.

정말 5년이 지나자 팔리기 시작했다.

삼성본관과 대한항공 본관 대우센터 등에 잇따라 납품하게 됐고 77년에
법인 설립하는 등 사업은 순풍에 돛단듯 잘 나갔다.

그러나 2차 석유파동으로 81년 10월 연쇄부도를 맞게 된다.

정사장은 매일 머리가 한줌씩 빠지는 피말리는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채권자들을 피해 도망가지 않고 복구를 위해 뛴 결과 4개월만에 정상화를
이루어냈다.

그때 경량칸막이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신사업을 위해 미국과
일본을 돌아보면서 당시에는 생소한 반도체 크린룸사업을 발견한다.

81년 국내 처음으로 반도체 크린룸 내장 패널을 국산화 개발했지만 불모지
였던 이 사업은 당연히 수요가 없었다.

다시 세월이 흘러 반도체 크린룸 설비사업은 국내 반도체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급성장, 86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SSI사 반도체 공장에 크린룸
패널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게 된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 대체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차에 걸친 오일쇼크가 새로운 사업의 계기가 되어준 셈이다.

정사장은 처음 사업도 그랬지만 남이 하지않는 첨단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게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90년에는 먼지가 달라붙지 않는 무정전 패널을 개발해 발명특허를 획득했고
최근에는 크린룸에 패널과 패널을 실리콘으로 붙여 시공하는 코킹공정에서
발생하는 실리콘 분진을 줄일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2백56메가, 1기가 시대에 부응한 것으로 향후 2~3년내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 설비 경험을 살려 화상당한 사람을 항온항습의 조건에서
화학치료를 받을수 있도록 고안한 치료용 침대를 개발해 상품화한다.

또 의료용 증류수기를 개발해 시판할 계획이다.

한편 삼우내외산업은 지난해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화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영국지역에 진출해 1천만달러이상의 크린룸 설비 수주를 받았고
내년에는 독일 프랑스에 상륙할 구상이다.

일찍부터 진출한 중국 동남아시장에서는 현재 일본기업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앞으로 적극적인 시장 개척으로 아시아를 삼우내외의 안방으로 만들
구상이다.

< 고지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