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쫓기거나 생활에 지쳤을 때 문득 문득 나를 즐겁게 하는 귀중한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고등학교 선배 대학동창 서클후배들이 얽히고 설키어 만들어낸 20년
가까운 우리모임은 이름하여 "자유회"이다.

신촌의 작은 까페 "후리덤 하우스"에서 시작된 모임이 이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쁨으로 발전했다.

사회에서 하는 일도,전공분야도 각자 전혀 다른 10명이 지금까지 만날수
있었던 구심점이 있다.

영화 음악 그림 등 모든 예술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서로 일치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 모임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대상선에서 수많은 자동차를 해외로
실어나르는 이경욱 부장.

자동차의 모든 것을 아는 그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보인터내셔날에서 광고기획을 담당하는 클래식 기타의 명연주자이기도
한 서창희 이사, 수유리에서 치과 개업중이고 우리 모임 아이들의
주치의이며 견지낚시와 아마추어 햄에 희열을 느끼고 있는 명제근 박사,
한국전력기술에서 성실하게 근무하는 지나치게 가정적인(?) 김진원 차장,
한국 ADH에서 목조주택을 열심히 짓고 있으며 요들송을 잘 부르는 이윤화
소장, (주)진웅 스리랑카 지사에서 텐트를 만들고 있으며 교회 열심히
다니는 이규철 이사, 휠라 코리아 자카르타 지사에 근무하는 김남규
지사장, 우리 모임의 총무이며 동수원에서 하이웨이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동언 사장, 가방만 전문으로 디자인 생산하며 남대문에서 장사 잘하고
있는 최상철 사장, 그리고 필자는 영화의 특수효과 장면을 연출하고
CG작업을 전문으로하는 (주)쿠알라프로덕션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우리 모임은 자유회라는 이름처럼 정규적 모임은 없고 1년에 4번은
온가족이 다모여 필자의 조그만 농장으로 소풍을 간다.

또한 째즈연주회나 음악회, 영화 시사회가 있으면 필히 부인들을
동반하여 시간을 갖기도 한다.

우리 모임엔 비싼 술, 비싼 안주가 필요없다.

막걸리에 총각김치, 예술에 대한 목마름과 열정이 비평과 유머로
연결되어 안주를 대신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감칠맛나는 우리의 모임이 책상위에 가득 쌓인 일의
무게를 가볍게 한다.

앞으로 모두가 바쁘지만 모임의 횟수를 늘려 좀더 의미있는 모임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