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은 4일 대선자금에 대한 국회국정조사및 청문회 대선자금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거듭 주장하며 여권이 불응할 경우 강력한
대여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하야문제에 대해 양당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같은 양당간 입장조율은 국민회의가 그동안 제시한 대여투쟁방안을 자민련
이 대여전선에서 공조분열만은 피해야 한다고 판단해 한시적으로 수용한 결과
이다.

최근 이틀간 신한국당과 격렬한 성명전을 주고받은 감정까지 더해 이날 오전
잇따라 열린 당무회의와 간부회의에서 "조건부 퇴진투쟁" 방침을 거듭 확인할
정도로 선명한 입장을 표명해온 자민련으로서는 이같은 "봉합"이 그리 내키는
선택은 아니나 불가피했던 셈이다.

자민련은 국민회의와의 양당 공조를 깨고 "외로운 하야투쟁"만을 전개할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현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자민련 주류측은 DJP 연합가능성을 높이고 그 성과
를 과시함으로써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측을 쉽게 제압하기를 기대
하고 있다.

또 내각제 개헌을 위해 국민회의의 동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양당은 이날 8인위에서 현시국에 대한 인식에서 거의 차이를
찾아볼수 없는 수렴작업을 마쳤다.

양당은 김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이 어려워 국가가 누락의 위기에 빠질수
있다고 현시국을 진단했다.

이에 따라 양당은 김대통령이 출석하는 청문회 개최를 공동으로 요구하고
양당 의원 전원의 명의로 대선자금 의혹에 관한 공개질의서를 김대통령에게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 공개질의서에는 한보와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92년 대선을 전후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 대선잉여금이 김현철씨에게 흘러들어간 이유와 자금
규모 등에 대한 공개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양당은 또 검찰에 대해 수사과정에서 밝혀낸 대선잉여금과 한보및
노 전 대통령 자금유입 규모를 밝히고 이를 거부할 경우 특검제를 도입,
재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자민련은 이같은 야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정위기 수습을
위해 김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하자고 제안했으나
국민회의는 국민들의 하야요구가 아직 절대적 수준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대선자금 은폐기도와 신한국당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사전분위기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양당의 시국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행동에 있어서는 단계를 밟아
가자는게 이날 결론인 셈이다.

자민련은 이에 따라 지난 2일 전국지구당 위원장 회의에서 채택한 "조건부
정권퇴진운동" 결의문을 담은 당보를 제작, 서울과 전국 지구당에서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가두배포하고 대국민 서명운동, 김종필 총재의
시국기자회견 및 전국 순회 시국강연회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한 강경
방침을 일단 접어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민련의 이같은 유보적 태도는 오래가지 못할 듯하다.

국민회의이든 자민련이든 여권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지 아니면 철저히
거부할지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 허귀식.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