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의 보유 금자산을 재평가해 유럽통화통합(EMU)
가입기준을 충족시키려는 독일 헬무트 콜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따라 EMU의 연기 내지 가입기준 완화 논의가 확산되는 등 오는 99년
출범예정인 EMU 추진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3일 독일정부와 분데스방크는 분데스방크 보유 금 자산을 올해안에 재평가
하지만 평가차익의 국고이전은 98년으로 연기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독일 콜 정부는 "97년도의 재정적자 GDP(국내총생산) 3% 이내"라는 EMU
가입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분데스방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 자산을
재평가해 올해안에 그 차액으로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절충안으로 국고이전 시가가 98년으로 넘어감에 따라 독일
정부의 이같은 노력은 일단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독일의 재정적자는 현재 GDP의 3.5%를 넘는 수준이다.

독일은 따라서 향후 <>세금징수 확대등 새로운 재정적자 감축 대책을
마련하거나 <>가입기준의 완화 <>통합시기 연기 등 3가지 기로에 서게 됐다.

그러나 국내정치 상황에서 보면 세금징수확대책은 어려운 일이다.

또 EMU의 연기는 유럽통합의 기수역할을 해온 콜 독일총리의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안겨줄 것이 분명해 현재로선 가입기준 완화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신임총리 역시 전 알랭 쥐페 내각의 "국민생활
을 희생하는 긴축재정" 노선을 비판하고 있어 통화통합 주도국인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EMU 가입 조건 완화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