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과 조순 서울시장은 4일 청와대에서 두차례 만났다.

한번은 공식적인 만남으로 이날 저녁 방한중인 키르기스탄 공화국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을 위한 만찬에서 인사를 나눴다.

의전적 성격이 강한 자리인 만큼 두 사람간에 별다른 의견교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극비회동은 이날 낮에 이뤄졌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카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가진뒤 오찬 일정을
비워둬 대부분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개인적 오찬일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조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직후 청와대로
향했다.

조시장의 YS독대 사실은 그의 최측근조차 단순한 개인 일정이 있는 것만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김대통령과 조시장이 이처럼 비밀리에 만난 배경과 주고받은 이야기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여러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최근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사전선거운동과 대선후보들에 대한 줄서기 현상과 관련, 김대통령이 단체장들
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조시장과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조시장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협조요청"을 할 것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김총재와 조시장간 "공조"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총선때 서울에서 국민회의가 사실상 참패한 점을
감안해 볼때 김총재가 12월 대선에서 이같은 현상이 재연될 경우 대권사수
또한 무위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판단, 조시장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총재와 조시장간 연결고리 끊기에 비중을 뒀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 5월19일 국민회의 전당대회때 조시장이 참석, 축사를
통해 "드디어 천시가 왔다"며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한 점을 고려할때
조시장의 김총재 측면지원 가능성은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김대통령은 조시장에게 오는 대선에서 엄정 중립을
지켜줄 것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현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소통령"격인
서울시장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야 임기말 국정공백과 사회기강 해이현상
등을 막을수 있다는 얘기도 주고 받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그러나 한때 야권의 제3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던 조시장을 부추겨
야권내 갈등을 조장하려는 복선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 최완수.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