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돈이 넘치지만 돌지 않는다.

시장실세금리는 연일 연중최저치를 기록하고 장단기금리가 11%대에 일제히
진입하는 등 금리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가 급락하는 가운데 금융권 수신은 급증, 역마진 우려까지 확산됨에
따라 일부 금융기관들은 수신을 제한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반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에는 돈이 흘러가지 않아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4일 금융시장에서 회사채(3년) 유통수익률은 연 11.65%로 전일보다
0.2%포인트 떨어지면서 연중최저치(연 11.85%)를 갱신했다.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도 전일보다 0.24%포인트 떨어진
연 11.95%로 3개월 보름만에 연중최저치(연 12.15%)를 깨면서 11%대에
진입했다.

3개월짜리 기업어음(CP) 할인율도 연 12.05%로 전일보다 0.15%포인트
떨어졌다.

금융권이 남는 자금을 소화시키기 위해 콜시장에 돈을 풀면서 하루짜리
콜금리도 연 11.34%로 전일보다 0.34%포인트 떨어지는 등 연일 하락하고
있다.

H은행은 이날 신탁계정에서만 4천억원의 콜론을 내놓는등 콜시장에서
콜론은 늘지만 콜자금 주요 수요처인 종금사와 증권사에도 자금이 남아
돌면서 콜차입을 줄이는 바람에 콜시장이 초과공급상태를 보이면서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

콜차입이 줄면서 콜중개 규모(잔액기준)도 최근 20여일만에 5천3백20억원
줄었다.

한국은행은 이처럼 시중에 자금이 넘침에 따라 이날 4천8백억원을 5일물
RP(환매조건부채권)규제로 흡수했다.

한국은행은 이에앞서 지난달 31일에도 1년짜리 통화채를 발행해
1조7천3백억원을 흡수했으나 넘치는 자금을 소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