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제개혁위원회가 5일 논의한 내용중에는 규제개혁작업의 암초인
부처이기주의와 기득권의 반발이 점차 가시화되는 양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약품 유통관련 규제완화다.

논쟁의 핵심은 드링크류 파스류 등 단순의약품을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팔수
있게 하느냐 마느냐였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작업단이 올린 약국외 판매
허용을 찬성했다.

한 위원은 "토론이 필요하냐"며 원안대로 통과시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곧바로 보건복지부 전계휴 차관이 반박하고 나섰다.

전차관은 "단순의약품의 약국외 판매허용이 국민편익증진에는 도움이
되나 약은 약사가 판매하는 것"이라며 "의약품 유통관련 안건은 규제개혁
과제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차관은 또 "집단이기주의 문제는 경우에 따라 필요한 개념"이라며
"약국이 문을 닫게 되는 불상사는 방지해야 될 것"이라고 단순의약품의
약국외 판매허용 반대논리를 전개했다.

이에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철규 상임위원장은 "전차관은 시장경제에
대해 대단히 무식한 것 같다"며 공식회의석상에서 듣기 어려운 이례적인
발언으로 전차관을 추궁했다.

다른 위원은 "보건복지부가 특정이익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전윤철 위원장은 "의약품 유통관련 개선안을
규제개혁추진회의에 올리되 그 전에 복지부가 대안을 마련해 오라"는 선에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전위원장은 이에앞서 기자간담회에서 "규제개혁작업을 시작할때 걱정거리
였던 기득권층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기득권층이 양보해야 국가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