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감독 샤론 폰 비터샤임)은 우리 영화 "결혼이야기"
"그 여자 그 남자"를 연상케하는 가벼운 터치의 로맨틱 코미디다.

독일 영화라면 "양철북"이나 "베를린 천사의 시"처럼 무겁고 진지한
작품을 떠올리는 관객에게 "이런 영화도 있다"고 말하듯 밝고 가벼우며
톡톡 튄다.

등장인물은 젊은 여피들.

여주인공 로다 (크리스티안 폴)는 귀엽고 아름다운 기상캐스터고 애인인
막스 (토비아스 모레티)는 핸섬하고 능력있는 투자전문가다.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로다는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다가도 걸려오는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는 남자에게 불만이다.

둘만의 휴가를 위해 더없이 좋은 기회인 오락프로그램 MC를 포기했건만
막스가 공항에 나타나지 않자 로다는 중대결심을 한다.

애인보다 더심한 워커홀릭이 돼 성공해서 그의 주의를 끌겠다는 것.

로다는 방송계 거물을 만나면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한편 우연히 만난
떠돌이 악사와도 관계를 맺어 명실공히 "잘 나가는 여자에게는 3명의
애인이 필요하다.

하나는 출세용, 하나는 휴식용, 마지막은 침실용"이라는 말을 실증해
보인다.

그러나 그가 맡은 프로가 해외 프로그램의 표절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사건은 반전되고 연인은 다시 결합한다.

"워커홀릭"은 로맨틱 코미디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매력적인 배우들 (주요 배역은 모두 독일의 최고인기 TV스타들),
깔끔한 원색과 파스텔톤이 돋보이는 세련된 인테리어, 집안 전체를 촛불로
장식하거나 욕조에 포도주를 받아 목욕하는 등의 애교있는 해프닝 등이
잘 만든 CF를 연상케한다.

우리나라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점은 밤거리 분수대에서의 정사장면 등
대담한 섹스신이 많다는 정도다.

남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성공하려 애쓰던 여자가 일이 잘 안되자
애인에게 돌아간다는 줄거리가 전문직 여성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궁금하다.

6일 피카디리극장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