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와 소비지출은 서로 비례할까 아니면 반비례할까.

미국에서 요즘 주가상승의 자산효과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소비도 늘어난다는게 정설.

과거 경험에서 보면 주가상승분의 4%정도가 소비증가로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

주가가 연일 최고치 갱신을 거듭했던 작년말 개인의 소비지출은 오히려
둔화세를 보인 반면 올들어 주가가 조정국면에 들어가자 소비가 되레 늘고
있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주가상승을 이끌어 왔던 첨단주가가 지난 1월 떨어지기 시작하자 소비는
과열양상을 보였다.

뉴욕의 고급백화점들은 "올 봄부터 유럽의 고급브랜드 의류및 디자인보석을
사려는 부인들로 매장이 붐비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 도이체모건 그렌펠의 경제분석가 E.야류디씨는 "요즘 미국에서
주가와 소비는 오히려 마이너스 관계"라고 지적한다.

미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자산 잔고는 94년말부터 96년초까지 2년간
거의 50% 증가, 8조5천억달러로 불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소비지출 신장율은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가와 소비의 역관계에 대해 "주가의 상승
전망이 강할때는 주식을 팔아 지출하는 것보다 재투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주가전망이 나빠질때 비로소 자산처분에 따른 추가지출이 나타난다"
고 분석한다.

미국증시를 지탱하고 있는 "개미군단"들의 투자패턴도 최근 주가와 소비의
역관계를 잘 설명해 준다.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인 개인투자가들은 노후를 대비한 저축수단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

따라서 주식투자가 저축성격을 강하게 띠면서 주가상승이 소비지출에
미치는 효과는 갈수록 약해진다는 설명이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