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총재와 신한국당의 이수성고문이 주말인 7일 용인의 한
컨트리클럽에서 골프회동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라운딩은 오래전에 이고문측이 요청해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문이 총리시절에도 김총재와 골프를 같이 치긴 했지만 신한국당에
들어간 뒤로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김총재가 주장해온 내각제개헌 등에서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내각제가 아니더라도 총리를 지냈고 현재 김심을 얻으려 뛰고 있는 이고문
이 김영삼대통령 하야투쟁을 벌이겠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는 김총재를
만나는데는 뭔가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고문은 평소 권력분산을 지지해왔다.

그는 총리시절 권력구조에 대한 견해를 묻는 대정부질의에도 "내각제도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소신답변을 한 바 있다.

김총재로서는 "대세론"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이고문처럼 내각제에 호감을 갖고 있는 주자가
전면에 부상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총재가 국민회의에 대해서는 후보단일화를 내세워
내각제를 지지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여권에 대해서는 내각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후보를 은밀히 밀어 동조세력을 규합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김총재가 "진짜TK(대구.경북)"라고 자처하는 이고문이
자신의 내각제구상을 수용할 경우 이고문을 미는 구도도 성립할 수 있다.

이와관련, 김총재의 최측근으로 그동안 내각제개헌세력결집에 앞장서온
김용환 사무총장이 최근 이고문과 수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하고 비공개리
에 만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한편으로 김총재는 이고문이 영남 특히 TK지역에서 상당히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대어"라는 점을 의식, TK 끌어안기 차원에서 한번 "낚시"를
던져 보는 것으로도 풀이해 볼 수 있다.

이고문이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그가 적극적으로 신한국당 후보를 지원하고
나설 경우 TK지역의 자민련 내지 DJP연합 지지세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