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대표 진영은 요즘 신바람이 나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이대표는 시한부 대표가 아니다"는 언급이 있은 이후
하루가 다르게 세가 불어나고 있는게 눈에 띈다.

그동안 부동층으로 분류돼온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중 상당수가 대표직
사퇴문제를 둘러싼 이대표와 반이 진영간 힘겨루기는 사실상 이대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며 이대표 문전을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대표와 반이측의 본격적인 "샅바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데
이대표측의 고민이 있다.

근 보름동안 대표직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사퇴를 관철시키지
못한 반이진영으로서는 초조하다 못해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어 이대표에
대한 최후 총력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이 진영이 대표직 사퇴문제를 "공조"의 연결고리로 삼아 전당대회때까지
이대표에 대한 흠집내기를 계속해 가장 앞서가는 반이 주자를 밀어주려는데
묵시적 합의가 이뤄진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더군다나 김대통령은 이제 대표직 사퇴문제에서 손을 털어버린 상태라
이대표측도 앞으로 대표직을 고수하면서 반이측 공세를 받아넘길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여권핵심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지난 4일 청와대 주례보고를 계기로
대표직 사퇴문제에 관한한 결단은 이대표의 몫이 된 셈"이라며 "그런만큼
이대표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대표의 핵심측근들은 대표직 사퇴에 대한 이대표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반이측 반발은 기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는 반발"이라며
"따라서 이대표는 끝까지 대표직을 고수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대표직을 내놓는 순간 세가 급속도로 밀리기 시작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소 욕을 먹더라도 대표직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 낫다는게 이들의 판단
이다.

현재 여론의 높은 지지도와 50%가 넘는 당내 부동층을 감안해 볼때 대표직
을 갖고 전당대회에 임하더라도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들의 성향상 "될
사람"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김심"도 이미 "엄정 중립"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대표직 고수입장을
끝까지 밀어부쳐도 무방하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대표측은 이와함께 반이 진영의 대표직 사퇴요구에 대한 여론의 향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권여당의 대선예비주자들이 "집안싸움"에 매달려 민생현안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대두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눈치다.

이대표가 대표직 사퇴요구에 직접 대응하는 것을 자제한채 시국수습과
정치개혁 쪽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한다.

이대표측은 다만 대표직을 끝까지 고수할 경우 반이 대선예비주자들이 집단
경선불참을 선언하거나 경선결과에 불복,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데 고심하고 있다.

이 경우 이대표가 정치력 부재 비판에 맞닥뜨릴 공산이 커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대표가 대표직에 연연하는 것 처럼 비쳐지는 모습은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이대표 이미지와 맞지 않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대표직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측은 이와관련,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대통령후보자 경선등록이 시작
되는 오는 29일께 대표직을 내놓는다는 "마지노선"을 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경선국면이 본격화된 현 상황에서는 한시간이라도
아까운 실정"이라며 "이런 마당에 프리미엄이 상당한 대표직을 하루라도
빨리 내놓는 것은 선거전략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