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턱을 넘어서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날.

백남열씨는 습관적으로 사무실 컴퓨터를 작동해 증권정보를 조회하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시황정보를 검색하고 종합주가지수가 단기 조정을 끝내고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그는 매수하려는 종목선정에 들어갔다.

그가 접속한 한경증권 투자종목란에서는 기대되는 실적증가에 비해 저평가된
멀티미디어업체 넷씨티전자사를 추천하고 있었다.

전직 증권사 직원들과 신예 컴퓨터전문가들이 만든 "한경증권"은 지점도
없이 컴퓨터 통신망에서만 영업을 하는 사이버증권사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올려주고 있었다.

백남열씨는 한경증권 담당자와 화상대화를 나누고는 이종목을 사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서 인터넷을 통해 지난달 사들인 영국 파이낸셜스트리트사의 주가를
확인했다.

단기목표를 채웠다고 판단한 백씨는 런던 사이버거래소에 직접 매도주문을
내 거래를 성사시켰다......"

컴퓨터통신의 무한발달과 함께 위와 같은 사이버증권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홈트레이딩(주식재택거래)이 국내에서도 실시되고 점차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서만 증권영업을 하는 사이버증권사들도 생겨날 전망이다.

외국에서는 사이버증권사는 물론 인터네상의 가상공간에서 전자결제시스템
으로 매매를 성사시키는 사이버증권거래소마저 설립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 객장에 나아가 투자상담을 해야했던 시간적 공간적 인적 제한에서
벗어나 집이나 사무실에서 편한 시간에 주식매매를 하게될뿐 아니라 심지어는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매매할수도 있게 된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홈트레이딩은 아직까지 집에서 컴퓨터통신으로 증권
정보 조회와 증권사를 통해 매매주문을 내는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이용자수가 점차 늘어나는 등 널리 보급되고 있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5월말 현재 홈트레이딩을 이용하는 증권계좌수는
5만4천4백64개로 35개 전체 증권사 계좌수 3백61만9천여개의 0.6%에 달한다.

홈트레이딩을 통한 주문건수와 매매체결건수는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각각 전체의 0.6~1.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초기단계 치고는 비교적 높은 이용률이라고 증권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홈트레이딩의 빠른 정착은 무엇보다도 편리하다는 점에 있다.

굳이 증권사 객장을 가지 않더라도 컴퓨터통신을 통해 각종 시황정보나
기업분석자료및 주가그래프 등을 컴퓨터통신으로 실시간(리얼타임)에 접속
할수 있다는 것.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저녁시간에도 증권정보 조회가 가능하고 매매주문을
미리 낼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점이 많다.

앞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서도 국내 주식을 살수 있게될 수도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화상회의로 투자상담을 진행하거나 주식거래 실적에 따라
혜택을 부여하는 마일리지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홈트레이딩도입이 여러가지로 이롭다.

컴퓨터통신을 통한 가상공간은 무한한 확장이 가능해 컴퓨터용량만 제대로
갖추면 고객확보에 어려움이 없다.

지금처럼 지점 신설을 위해 부동산값이나 제반 관리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마찬가지로 투자상담사등 인력이나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화주문이나 창구에서 직접 주문을 받지 않고 고객이 가격 수량 주문방식
등을 스스로 선택하고 각각의 거래는 기록으로 남길수 있어 고객과의 분쟁
소지도 상당히 줄일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단점이 없지는 않다.

컴퓨터통신에 친숙한 20~30대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고 나이든 세대에게는
아직까지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아직까지 공중전화망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접속이 잘 안되고 끊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사용중 통신장애라도 발생하면 매매주문이나 시세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시간지체현상이 발생하는 점도 고객의 불만사항이다.

주문방식을 고객이 직접 선택토록 하고 있어 조건부지정가주문 등을 일반
주문과 혼동해 내보낼 수도 있는데 일단 내보낸 뒤에는 정정이 쉽지 않은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커의 침입을 막을 완벽한 보안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도 언젠가
증권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을 만들어놓고 있는 형편이다.

무엇보다도 고객의 최대 불만사항은 아직까지 홈트레이딩 수수료를 일반매매
주문 수수료와 같이 받는 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 박모(35)씨는 "증권사 객장을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도 틈틈이
컴퓨터통신으로 주식거래를 할수 있어 홈트레이딩을 이용하고 있으나 통신비
등이 소액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 된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도 제반 관리비용
을 줄일수 있는 만큼 수수료를 당장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가 일반화된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인터넷 매매수수료를 일반매매 수수료의 절반정도로 받고 있다.

심지어 10%만 받는 디스카운트 증권사들도 많다.

수수료 인하의 장점 때문에 전체 주식거래의 15~20%가 인터넷 거래를 이용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증권사들이 선물거래에 한해 수수료를 인하해주고 있다.

투자자들의 인하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조만간 인하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어쨋든 컴퓨터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사이버증권시대가 조만간 활짝
열릴 전망이다.

동서증권 김현동 상무는 "2000년까지 전체 거래의 30%가 홈트레이딩을 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조만간 사이버증권 영업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