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박종근씨가 12~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상 (730-0030)
에서 아홉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어릴적의 아련한 기억과 동심의 세계를 차분한 우유빛 색조의 화면에
담아온 박씨가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일 작품은 "그림자 없는 풍경" 연작
40여점.

소나무와 오솔길이 있는 풍경과 그 사이를 걸어가는 아이와 어머니,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의 모습등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풀어놓은 듯한
작품들은 양화이면서 동양화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전원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옛날의
모습을 통해 삶의 여유를 찾아주고자 했다"고 설명한 박씨는 관람객들이
한편의 동요나 동화의 세계로 빠져들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근한 어머니품같은 고향의 향기가 느껴지는 작품들은 울퉁불퉁한
마티에르와 차분하게 가라앉은 색조가 어우러져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점이 특징.

한적한 시골풍경속에 개와 아이 달 소나무 구름같은 자연소재들을
그려넣은 작품들은 또 시간성을 뛰어넘어 보는 이들을 어릴때 뛰어놀던
고향의 동산으로 안내한다.

전체적으로 청색톤을 띠고 있는 작품들은 윤곽이 뚜렷하지 않아 마치
꿈속의 모습을 그린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

박씨는 "동심의 세계, 잃어버린 과거의 모습을 자유롭게 상상할수
있도록 선을 희미하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신기회 창작미술협회 동인으로 활동중인 박씨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및
중앙미술대전에서 입상했고 서울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등에 출품해왔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