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이 표류하고 있다.

93년 SBSTV "오박사네 사람들"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시트콤은 5년째
접어들었지만 양적으로 늘어났을 뿐 질적으로는 전혀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마구잡이식 편성, 졸속 제작, 식상한 소재, 출연자의 잦은
교체 등으로 인해 초창기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평가.

현재 공중파3사에서 방송되는 시트콤은 KBS2TV 일일시트콤 "마주보며
사랑하며", MBCTV 일일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SBSTV 일일시트콤
"미스&미스터"와 일요시트콤 "LA 아리랑" 등 4편.

여기에 MBC는 가정시트콤 "살며 사랑하며"를 신설, 11일부터 매주
수요일 밤 11에 내보낸다.

5월26일 시작된 "미스&미스터"는 SBS가 지난 3월 봄개편때 시작된
시트콤 "OK목장"을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끝내고 급조한
프로그램이다.

출발하기도 전에 애초 캐스팅된 주병진 이본 등 주연급 인물이 갑자기
빠지며 처음부터 삐걱거리더니 간판배우인 김혜수마저 출연을 거부,
파행이 예상된다.

본인은 시트콤 연기가 어렵고 영화스케줄과 겹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지만 방영날짜 하루전에 녹화하는 등 제작이 엉망이고 시청률이
3~5%에 머물자 인기하락을 우려해 중도하차했다는 것이 방송가의 얘기.

소재 기근에 허덕이는 MBCTV 일일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은 "별은
내가슴에" "신데렐라" 등 인기드라마를 화제삼는 등 자사프로그램을
간접홍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5월초 시작된 KBS2TV "마주보며 사랑하며"는 단순한 구성과 주연들의
어설픈 코믹연기로 억지 웃음조차 유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트콤이 이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것은 각사의 안일한
제작태도 때문.

한국적 상황에 맞는 소재를 개발하고 전문인력을 육성하려는 노력없이
땜질식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것이 방송계의 지적.

각사는 늘어난 방송시간을 채우기 위해 비교적 제작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시트콤을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방송3사의 일일시트콤은 소재나 구성에서 미국의 유명시트콤을 베낀
흔적이 역력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