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피아(크레디트카드+유토피아)"시대가 열린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시대가 됐다.

신용카드는 단순히 현금을 내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있는 결제수단이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의 의식주는 물론 문화 레저 등 생활전반을 관리하는 수단
으로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작년말 현재 국내 신용카드업계의 카드발급장수는 4천25만7천장.

한사람이 여러장의 카드를 발급받은 경우도 많지만 평균적으로 국민 1인당
1장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꼴이다.

우리나라에 신용카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67년 신세계카드가 효시다.

60년대에 이미 "플라스틱 혁명"을 경험한 선진국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뒤졌다.

그나마도 지금과 같은 범용 신용카드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10년뒤인 78년.

국내 신용카드산업은 20여년만에 "1인 1카드"시대를 맞을 정도로 그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지속했다.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신용카드의 비중 또한 급속도로 커졌다.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91년 13조3천6백71억원에서 연평균 20~50%의 신장을
거듭해 작년에는 63조원으로 급증했다.

국민총생산에서의 비중은 이기간중 3.1%에서 8.2%로 높아졌다.

성인 한사람이 얼마나 신용카드를 이용하는지 따져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재정경제원과 신용카드협회 통계에 따르면 20세이상 성인 한사람의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1백96만5천원.

한달 평균 16만3천7백원으로 91년(47만5천원)에 비해 3배이상 늘어난
규모다.

사용금액의 증가에 따라 가계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신용카드의 비중도
91년 5.8%에서 지난해에는 15.3%로 높아졌다.

그만큼 신용카드가 현금소비를 대체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신용카드의 발급 및 이용금액 증가에 비례해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현금서비스에서부터 상품할부구입, 호텔예약, 마일리지, 병원진료, 국내외
여행서비스, 결혼서비스 등 안되는게 거의 없을 정도다.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한 카드업체들의 경쟁적인 제휴카드 발행으로 카드의
종류도 크게 늘었다.

마일리지카드 자동차카드 패스카드 레포츠클럽카드 지자체카드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업체에 따라서는 1백개 이상의 제휴카드를 발행한 곳도 있다.

신용카드의 보급확대가 긍정적인 역할만을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동안 문제도 적지않이 일으켰다.

일부 계층의 신용카드 과다사용이 사회문제가 되고 때로는 과소비 및 가정
파탄의 원흉으로 지목돼 지탄을 받기도 했다.

업체간 과당경쟁과 그에따른 연소자 무직자 등 무자격자의 회원유치로
말썽을 빚은 적도 있다.

신용카드업계도 부작용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신용사회의 정착을 위해서는 카드의 확대가 불가피하고 그러기위해서는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생활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제고시켜주는
신용카드의 순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부정책이 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많은 사람을 과소비자로 몰아 세무조사를
하기보다는 신용카드의 사용 확대를 유도해 세금탈루의 소지를 줄이는
정책이 아쉽다고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1인 1카드"시대의 개막은 곧 본격적인 신용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신용카드가 신분증의 역할까지 하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현재 개발중인 미래형 카드로는 IC카드와 전자화폐를 들 수 있다.

기존의 마그네틱카드와 달리 소형칩을 내장한 IC카드는 우선 위.변조의
위험성이 거의 없다.

또 수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훨씬 많아 기존의 각종 제휴카드를 하나로
통합하는게 가능해 꿈의 원카드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IC카드가 실용화되면 각종 신분증 현금카드 전철카드 운전면허증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 등이 한장의 카드로 묶어진다는 얘기다.

비자와 마스타가 경쟁적으로 개발중인 전자화폐는 기존 크레디트 카드의
개념을 완전히 뒤엎는 전자현금카드로 상거래의 틀까지 바꾸어놓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