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관계는 핑퐁외교와 같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미국자동차노조(UAW)와 포드가 공동으로 설립한 인력개발센터의 게리 스티겔
사용자측 대표의 노사관이다.

70년대 주은래와 닉슨이 스포츠로 미.중 외교관계의 물꼬를 튼 것처럼 노사
관계 개선에는 한 걸음씩 끊임없이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국 오대호 주변에 있는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

여기에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업계의 빅3
본사가 있다.

이곳에서 특이하게 눈길을 끄는 곳은 인력개발센터들이다.

1백6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UAW와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자동업계
"빅3"가 각각 설립한 이 센터들은 종업원 인력개발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여기서는 <>품질 향상 <>교육개발 훈련 <>고용개선 <>건강및 안전 <>작업장
개선 <>퇴직준비 프로그램 등을 노사가 함께 교육한다.

최근에는 컴퓨터교육 취미생활 등 각종 문화교양과정까지 곁들인다.

인적자원 능력을 최대한 높일수 있는 프로그램을 노사공동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교육프로그램을 결정하는 운영위원도 똑같이 사측 4명과 노측 4명으로
구성된다.

물론 운영자금도 조인트 펀드다.

UAW-포드인력개발센터의 경우 노동자 1명이 1시간 노동할 때마다 회사측은
5센트를 지역 인력센터에 적립한다.

마찬가지로 전국인력센터본부로는 10센트를 기부한다.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만큼 회사가 인력개발을 지원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UAW-GM센터의 경우에는 사측이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리는 것을 억제하는
동시에 기금을 모으는 규정도 있다.

주당 40시간인 근로시간을 넘어 초과로 일할 때는 시간당 5달러 기금을
회사가 인력개발센터에 내도록 하는 것이다.

포드 인력개발센터 신시아 존슨 UAW측 대표는 "이같은 제도를 통한 종업원
교육은 결국 작업효율을 높여 회사측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같이 UAW와 빅3가 함께 힘을 합쳐 인력개발센터를 세운 것은 지난 81년
부터.

급속히 불어닥친 경영악화로 자동차 업계 고용불안이 심각해진데 따른
것이다.

81년 포드사가 먼저 노사협력의 테이프를 끊자 82년엔 GM사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라이슬러가 경쟁적으로 이같은 인력센터를 개설했다.

GM인력개발센터의 바이런 카터 사용자측 대표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적자원"이라며 "빅3이 노조와 힘을 합쳐 인력개발센터를 만든 것도
능력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불황의 늪을 탈출하기 위해 노사가 합심해 인력개발에 발벗고 나선다는
얘기다.

실제로 빅3중 가장 노사문제가 심각하다는 GM의 경우 전국 1백20여개 공장
25만명의 종업원이 지역별로 설립된 이 센터에서 매년 교육을 받는다.

포드는 매년 10만4천명이 교육을 받는다.

주디머피 GM인력개발센터 노조측대표는 "빅3이 서로 새로운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노력하는 등 노사화합이 경쟁적으로 나타날 지경"
이라고 말한다.

강력한 산별노조를 바탕으로 한 노동자세력과 "네오포드주의"라는 대량생산
방식을 앞세운 회사측이 서로 대립했던 관계가 이젠 협력을 통한 공존관계로
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환경변화에 따라 재빠르게 변신하는 유럽과는 달리 대형공장 위주인
미국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 도입보다는 인적자원개발에 주력한 것이 노사관계
안정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